미자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아기를 보러 가는 날이다. 날씨도 쾌청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높고 푸른 가을날이다. 괜찮은 아기가 있으면 오늘 바로 데려갈 수 있다는 얘기를 담당자로부터 들어서 더 떨리는 것 같다. 그동안 남편의 재직 증명서, 재산 내역, 여러 가지 서류를 제출하고 기다려왔다. 얼마 전에는 입양 담당자가 집까지 와서 어떻게 사는지 보고, 인터뷰도 하고 갔다. 이제 드디어 아기를 보러 가게 되다니! 미자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기를 데려오기로 결정했을 때는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지던 시기였다. 남들이 보기에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미자 부부에게는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있었다. 미자는 아기를 데려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이제 괜찮아질 거야. 미자는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눈물을 다시 한 번 삼키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였다. 아기가 생기면 남편이 달라질 거라는 희망과 미자 자신도, 남편도 마음 붙일 곳이 생길 거라는 기대에 오랜만에 설레였다.
서울에 있는 입양 기관에 남편과 함께 도착했다. 얼마 전 집에서 만났던 입양 담당자가 미자부부를 마중 나왔다. 미자 부부는 처음 와본 곳에 대한 어색함이 조금은 줄어드는 듯했다. 입양 기관에는 의외로 많은 아기들이 있었다. 대부분 남자 아기를 원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남자 아기들은 많지 않았다. 입양 담당자는 여러 명의 아기를 미자 부부에게 선보였다.
"어휴... 애들이 무슨 원숭이 같아."
미자의 남편이 한마디 했다. 아기들을 마냥 귀여워하는 미자와는 달리, 미자 남편은 신생아들의 빨간 피부와 삐쩍 마른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원래 신생아를 선호하세요. 그래야 임신하고 낳은 것처럼 할 수 있거든요."
입양 직원은 신생아를 계속 보여주었다.
"다른 아기도 보여 주세요. 예쁜 아기로요."
입양 직원은 미자 부부의 요청에 마지못해 예쁘장한 한 여자 아기를 보여주었다. 생후 6개월이 지난 아기는 모유를 먹고 자랐던 탓에 다른 아기들과 달리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아기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잡지에서나 볼 법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아기는 개월 수가 많이 돼서 해외 입양을 갈 아기예요."
"이 아기를 데려갈 수 있어요?"
"네, 원하시면 가능합니다."
"예쁘네요. 이 아기로 할게요."
미자 부부는 그날로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