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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입양아의 마음이

by 소쿠리 Jan 11. 2025

'저건 아니지..."


영일은 사내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

다. 그의 회사는 외국계 기업으로, 본사의 외국인 직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내 복지는 외국 시스템을 그대로 도

입했기 때문에 회사 안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테니스장, 골프

장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영일과 그의 아내 미

자는 주말을 맞아 사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의 테이블 건너편에서는 미국 본사에서 온 부사장이 가

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영일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한 한국인 아이가 미국인 가족의 식사 모습을 테이블

옆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분명 미국 인 부사장 내외가 입양한 한국인 아이였다.


'왜 저 아이를 밥도 못 먹게 세워 놨지?'


영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입양했다고 저렇게 차별하면 안 되지...'


홀어머니에게서 자란 영일은 아버지 없는 설움이 어떤 것인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실력으로 어 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여기까지 올라왔다. 평소 어려운 처지 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의 성장 배 경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 시기에 고관대작의 자녀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 지 못했던 영일은 억울하고 속상한 일을 많이 겪었다. 친구들 이 기사 딸린 차를 타고 등하교할 때, 그는 버스표가 없어서 버스 정류장에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버스표를 찾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기도 했었다. 친구들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영일은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해서 학교 축구부의 주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입양기관에서 아기를 데려왔을 때, 영일은 이 아기가 입양아 로서의 설움을 겪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기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키우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아 기를 데려왔을 때, 회사 동료들이 아기를 보러 많이 찾아왔다. 그러나 영일은 아기가 자신의 입양 사실을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큰 결심을 했다. 회사를 그만 두기로 한 것이다. 아기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아이가 자신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상처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웠다. 결국 영일은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비록 이전 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보수 도 적고 복지 수준도 낮았지만, 영일은 괜찮았다. 아기를 지 킬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누군가 자 신을 지켜주기를 바랐던 영일의 간절한 마음이 아기에게 닿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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