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은 어머니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먼 곳으로 갈 수는 없었고, 가까운 카페에 앉아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 가족이 내 가족이 아니라니..." 지민은 어제의 일이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내가 입양인이라니! 나이 30이 넘어서 그걸 알게 되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저녁에 집에 들어갔을 때, 지민의 어머니가 여행에서 돌아와 있었다.
"너를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나가 있었어," 어머니가 말했다.
"결혼하고 나서 애가 없었어. 그래서 너희 아빠가 어디서 다른 아이를 낳을까 봐 걱정이 됐었지. 그래서 널 데려오게 됐어. 이제 다 알게 됐으니 잘 됐다."
지민의 어머니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 얘기하게 된 건, 너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던 아빠가 돌아가셨고, 네가 암 수술로 집에 누워 있으니 내가 버겁기도 해서야. 이제 알게 됐으니, 네 힘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말이지?" 지민은 어머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지만, 무슨 말인지 어제부터 계속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엄마, 지금까지 말은 못했는데, 사실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이혼했고, 애가 하나 있어."
"그래, 잘 됐다. 힘든 사람들끼리 의지하고 잘 살면 되겠다."
지민은 어머니와 자신 사이에 얇지만 강력해서 넘어갈 수 없는 선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남극의 얼음과 얼음 사이 크래바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절벽과도 같은 선이었다.
"이 집을 빨리 떠나야겠다," 지민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