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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은행나무

by 어린길잡이 Feb 07. 2025

샛노란 어린이 우비를

제 몸에 맞지 않게 억지로 입었다

그래서 우비는 애처롭게 찢어지고

아이의 꿈처럼 노랗게 물든 옷조각들은

툭툭 바닥에 떨어진다

 

나는 은행나무의 꿈과 기억을 밟아본다

세상을 노랗게 물들일 거야

싱그러운 숨을 퍼트릴 거야

천진난만 아이의 웃음소리가 발을 두드린다

 

고약한 냄새가 밑에서 올라온다

은행나무의 아픔을 내가 밟아 터트렸다

차디찬 현실에서 나는 무얼 하고 살아야 하나, 

내 아이는 잘 살 수 있을까

애써 참는 어른의 울음소리가 발을 두드린다

 

사람의 몇 배의 크기인 은행나무는

일정한 간격으로 놓아진 채,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고

새카만 도로 옆을 서성이는 나무는

샛노란 어린이 우비를 입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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