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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월 4일 화요일의 이유

비슷한 자기계발서를 꾸준히 읽는 나만의 이유

by 마부자

금주 35일째. 오늘따라 바람이 더 세차게 창을 두드렸다.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소리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나갔다. 엊그제 입춘이 지났다지만, 계절은 아직 겨울의 중심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창밖의 공기는 한눈에 봐도 차가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유리를 거칠게 쓸고 지나가는 듯한 바람. 휴대폰을 들어 현재 기온을 확인했다. 영하 11도. 체감온도는 영하 18도. 숫자만으로도 온몸이 더 움츠러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의 풍경은 어딘가 신비로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엔 온 세상이 칠흑 같은 어둠이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아파트 빌딩숲 너머, 산 뒤편에서 어렴풋이 밝아오는 햇빛이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일출은 아니었지만, 미세하게 퍼지는 그 빛 덕분에 새벽의 차가움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맞이하는 추위와, 희미한 빛 사이의 묘한 대조.


베란다에서 몇 분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창밖에선 바람이 요란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마치고, 익숙한 아침 루틴을 하나씩 마무리했다. 몸은 여전히 차가운 공기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한결 정돈된 기분이었다.


얼마 전, 보도 섀퍼의 <멘탈의 연금술>을 주문했다. 운동 중에 본 영상에서 추천하는 걸 보고 주저 없이 선택한 책이다. 사실 자기계발서를 꽤 읽어왔기에, 새로운 책을 펼칠 때마다 느끼는 묘한 익숙함이 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 얼 나이팅게일, 존 소포릭, 기타가와 야스시…


성공한 자기계발자들이 쓴 책들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안다.


"성공을 믿고,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지금 당장 실행하고, 절대 포기하지 마라."


이 단순한 한 줄이 모든 자기계발서의 본질이다.


저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필체를 활용해 이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포장하지만, 결국 도달하는 곳은 같다. 그리고도 여전히 이런 책들이 매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사람들은 열광하며 또 한 권을 집어 든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이런 자기계발서가 끊임없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이유는 단순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책에서 말하는 대로 실행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 아닐까?


베스트셀러의 기준을 찾아보니, 서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한 달에 최소 만 부 이상은 판매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출간된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은 사람들은 모두 성공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결국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맞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책 속에서 성공의 법칙을 수십 번 되새겨도, 결국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는 사람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을 읽고, 다짐하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마다 어떤 이유와 핑계를 대며 포기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사실이니까 당당하게 인정해야겠다.


결국 중요한 건, 반복되는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아니다. 똑같은 메시지를 담은 책이 계속 출간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정작 실행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기준이 명확한 것 같다. 내용을 단순히 짜깁기한 책들은 절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그 차이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그럼에도 매년 성공을 다룬 책들이 쏟아지고, 어떤 책들은 다시금 주목받는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우리는 여전히 동기부여를 원하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왜 이렇게 꾸준히 자기계발서를 읽는 걸까? 단순한 흥미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자의 성공 경험을 보기 위함이다.

누구나 처한 환경과 상황은 다 다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공통적으로 '계기'가 존재한다. 결정적인 순간, 그들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떻게 행동했는가. 나는 그들이 놓치지 않은 그 ‘계기’를 배우고 싶다.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변화의 순간을 알고 싶은 것이다.


둘째, 표현 방식을 배우기 위함이다.

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하지만 누군가를 글로써 설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무엇일까? 물론, 저자들과 매일 차를 마시며 직접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책을 통해 그들의 표현법을 익히고, 나만의 방식으로 체화하려 한다.



셋째, 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운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한 진리다. 팔굽혀펴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8,8,5,5,3,3,3(각 1분 휴식)만 해도 마지막에는 팔이 떨려서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을 꾸준히 단련한 결과, 지금은 23,23,17,17,17,12,12,12(각 1분 휴식)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늘릴 수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근육을 단련하는 원리는 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고, 다양한 형식으로 주입하면 생각의 힘이 단단해질 것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 무너질 것 같은 순간, 머릿속에 새겨진 그 문장들이 나를 일으켜 세우지 않을까? 그런 믿음으로 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방법은 효과가 있다. 작년 12월 1일부터 시작한 독서 루틴이 벌써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니까. 결국,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내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적다보니 책을 선택한 이유가 너무도 길었다. 어찌되었든 난 그래서 오늘 비슷한 자기계발서 중 한권인 이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제목이다. (사실 이 제목을 적는 것도 저자의 능력이 아닐까? – 아닌가 출판사의 능력인가?~~)


난 멘탈이 강한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의 제목에 끌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하와이 대저택 영상에서 친절히 알려준 원인도 있지만 내가 그동안 포기했던 일들을 곰곰 생각해보면 멘탈이 약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책을 펼치고 저자의 말하는 멘탈의 연금술사들의 조언을 읽어 내려갔다. 오전에 3분의 2을 읽고 잠시 책을 덮었다. 역시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책을 읽는 중간 나도 모르게 포스트잇을 찾아 벽에 글을 써서 붙이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점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다른 책들을 읽을 때는 하지 못했던 행동을 갑자기 하게 되는 것, 난 이 것 때문에 이제는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했고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50분 하던 시간이 강도를 높이고 시간을 좀 더 추가했더니 이제 1시간 20분으로 늘었다. 목표는 1시간 30분으로 늘리는 것이다. 오늘의 영상은 나폴레온 힐의 좋은 말을 틀어주는 영상이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어본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실패가 가장 좋은 약임에도 우리는 실패할까 봐 두려워 계획을 망치고 있다.”
하와이 대저택 - 나폴레온 힐


영상을 보고 난 생각했다. 조만간 나폴레온 힐의 책도 반드시 읽어볼 것이라고…


운동을 마치면 몸은 지치지만, 마음은 가볍다. 숨이 가빠지고 땀이 흐르지만, 그 속에서 오는 상쾌함이 있다. 무언가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샤워 후 먹는 계란과 두유는 이제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하게 느껴진다. 운동을 마친 후의 이 작은 루틴마저도 내게는 하나의 보상처럼 다가온다.


하루의 기본적인 루틴을 마치고, 소파에 잠시 몸을 기대어 쉰다. 예전 같았으면,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위에 있는 리모컨이 내 손에 들려 있었겠지. 그리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혼잣말을 했을 것이다. “채널은 많은데 볼 게 없네.” 그러면서도 리모컨을 놓지 못하고, 결국은 이미 본 적 있는 재방송을 틀어놓고 시간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나를 좀먹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모컨 대신 눈을 감고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시 책상으로 향한다. 책을 펼친다.


오늘은 화요일, 볼링장에 가는 날이다. 저녁은 외부에서 해결하기로 되어 있어서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막내와도 미리 치킨으로 해결하기로 약속해 두었기에 저녁 준비 걱정 없이 책을 읽으며 아내의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볼링장으로 가보니, 오늘은 회원들이 많이 나왔다. 덕분에 동호회 분위기도 활기찼다. 아내도 평소보다 더 생기 있어 보였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볼링을 마치고, 함께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의 메뉴는 횟집으로 정해졌다. 접시에 너무나 이쁘게 세팅되어 나온 방어와 밀치(갯숭어)의 자태가 나를 유혹했다. 기름장에 찍어 입으로 들어오면 그 단백함과 기름진 맛이 입안에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듯 사르르하는 기 상태에서 차가운 소주한잔의 맛을 나는 안다.


게다가 어쩌다 보니 자리를 술마시는 세분과 함께 동석을 하게 되었다. 물처럼 맑은 투명한 소주잔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아찔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난 그 모든 상황에서도 술잔에 소주대ㅣ신 물을 넣고 지인들과 건배를 하며 잘 이겨내며 금주의 하루를 연장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늦은 마무리였다. 밤이 되니 바람도 불고 날이 많이 추워 술을 드신 지인들 몇분을 집근처까지 모셔다 드리고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오늘 경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승패에 대한 이야기, 오늘의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과 만족감, 그리고 다음 게임에 대한 기대까지. 소소하지만, 이런 대화가 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술잔의 유혹을 잘 이겨냈고 그 덕에 추운날씨에 다른 분들 춥지않게 모셔다 드리며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오늘 하루도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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