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밤새 창밖에 비가 내렸는지, 아침 공기는 유난히 맑았다. 푸석한 먼지가 씻겨나간 도시의 하늘 아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느릿하게 들어왔다.


의식을 지탱하는 여섯 가지 지적 요소 중 네 번째. 오늘의 주제는 ‘직감’이다.


직감.

직감은 무엇을 확실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내면의 소리다.


그것은 종종 논리나 경험을 뛰어넘는다. 때로는 준비되지 않은 선택 앞에서 때로는 너무 조용한 상황 속에서 갑작스레 올라온다.


우리는 직감을 믿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나중에야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지금 병이라는 낯선 현실 속에 있다. 처음 병명을 들었을 때 모든 것이 흩어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아주 작게 설명할 수 없는 확신 같은 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괜찮아질 거야." 누군가의 말도 아니었고 논리적인 판단도 아니었다.


그냥 느껴졌다. 그 느낌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랐지만 나는 그날 이후 마음의 바닥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 수 있었다.


직감은 학습된 지식이 아니다. 계획된 사고도 아니다. 그것은 의식 너머에서 오는 메시지다. 많은 사람들은 직감을 감정과 혼동한다.


그러나 감정은 반응이고 직감은 인식이다. 감정은 무엇인가에 의해 일어나지만 직감은 아무 이유 없이 ‘이미 알고 있는 듯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직감은 설명하기 어렵고 증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 모호한 감각이 오히려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직감을 무시하는 법을 너무 잘 배웠다는 것이다. 우리는 논리를 숭배하고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며 결정을 미루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직감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조차, "그건 내 착각일 거야"라고 눌러버린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직감이 말한 대로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때 그 느낌이 맞았어."


나는 병실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작은 신호들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 오늘은 괜찮겠다. 오늘은 쉬어야겠다.


이 약은 내게 맞는 것 같다. 이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런 판단들이 논리가 아닌 감각에서 출발할 때가 많다. 몸의 변화는 마음보다 빨리 알려주고 마음은 이성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를 가리킨다.


그것이 바로 직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것을 무시하지 않으려 한다.


직감은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생존의 언어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을 가장 깊이 들여다볼 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다.


고요할수록 더 선명해지고 혼란할수록 더 애써 말하려 한다. 그래서 직감을 듣기 위해선 내면을 정돈해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선 그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너무 많은 불안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직감은 어떤 확실한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은 말보다 먼저 오는 언어이며 근거 없이 믿고 싶은 신호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감각을 조금 더 신뢰하려 한다. 논리가 가지 못하는 곳까지 이끌어주는 인간 내면의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고귀한 능력. 그것이 바로 직감이다.



나는 오늘 ‘직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직감은 내면이 말해주는 생존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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