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두 번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이른 새벽 병원 복도에서 맞은 빛은 생의 첫 장면처럼 희미했고 치료 후 돌아와 병실 안에서 다시 맞은 아침은 훨씬 선명했다.
창문을 여니 여름이 깊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햇살은 단단했고 바람은 짧았다. 마지막 지적 요소는 ‘판단’이다.
판단.
선택이 감정이나 충동에서 나오는 반사적 행동이라면 판단은 여러 가능성 중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내는 사고의 결과다.
그것은 단순히 맞고 틀림을 가르는 능력이 아니라 나에게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유익한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말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크고 작든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간다.
판단은 단지 순간의 결정보다 깊은 층위에서 작동한다. 그것은 내가 가진 가치관과 경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연결되어 있다.
질병을 겪으며 나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어떤 치료를 받을지, 병원은 어디로 갈지, 설명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심지어는 하루의 컨디션을 어떻게 해석할지까지. 의료진의 설명과 가족의 의견,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늘 정확하지 않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도록 애썼다. 판단은 언제나 결과보다 진심을 담은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판단을 두려워한다. 잘못된 판단이 나를 곤란하게 만들 것 같고 비난받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판단을 미루는 것도 결국 하나의 판단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결정. 그리고 그것은 더 큰 무력감을 가져온다. 삶은 판단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판단을 감당하는 연습이다.
때로는 틀려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판단하는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판단은 지식이 많다고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상상과 직감, 기억과 감정,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그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순간의 결정을 이끌어낸다.
나는 판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권위’보다 그 안에 담긴 고요한 책임감이 더 인상 깊다. 그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선택한 이후를 살아갈 자신에 대한 신뢰다.
나는 지금 하루하루를 판단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아야 할 순간과 조금 더 버텨야 할 때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점점 배워간다.
판단은 옳고 그름의 게임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 정직한지를 묻는 작업이라는 것을. 그러니 판단은 지적인 동시에 윤리적인 행위다.
결국 내가 내 삶을 살아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 그 앞에서 나는 매일 질문한다.
“이 판단은 지금의 나에게 진실한가?”
나는 오늘 ‘판단’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판단은 삶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당하는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