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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르니까요.

by 진아름

"엄마! 내가 엄마가 좋아하는 거 가져왔어~~"


얼굴도 마음도 동그라미 모양인 작은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활짝 웃으며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거.. 그게 뭘까 하고 살펴보니,

조금 전에 들렀던 식당에서 물티슈가 너무 귀엽길래 두 장을 가지고 왔단다.


"푸하하하하하 요미야 고마워~~"


거리에서 판촉용으로 휴대용 물티슈를 나누어 주면 반갑게 받았다.

행주, 사탕, 볼펜 등은 별로다.


판촉용으로 나누어주는 물티슈에는

왠지 독한 성분이 들어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불신으로 주로 창틀 청소 할 때 사용한다.

그 모습을 기억했던 우리 집 (귀)요미는

엄마가 얼마나 기뻐할까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작고 소중한 식당 물티슈 두 개를 꺼내어 나에게 준다.


일단은 고맙게 받았지만,

앞으로는 식당 물티슈를 가져오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식당에서 제공되는 물티슈(1)와

길거리 판촉용 물티슈(2)는

절대로 같은 물티슈가 아니다.


1번 물티슈는

음식점의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물티슈는 음식에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나 노동력은 아니므로 간접비에 해당하는데,

함께 놓여 있는 냅킨, 후추 등과 함께 원가의 일부분을 구성한다.

음식점 운영에 드는 간접비가 높아지

제조원가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식당에서

불필요한 냅킨 물티슈 사용은,

자원과 환경을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반면 2번 물티슈

홍보를 위하여 지출하는 별도의 비용이므로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홍보용 물티슈로 비용 부담이 된다고 해서 음식값을 올릴 수는 없고

홍보용 물티슈보다 더 저렴한 비용이 드는

광고 선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야기를 들은 요미의 눈이 물티슈를 줄 때보다

더 큰 동그라미가 되었다.


"똑같은 건 줄 알았어"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그 속사정이 다른 것이

(겉비속다)

어디 물티슈뿐이겠는가!


이렇게 지식에 기반하여

그 속사정을 구별할 수 있다면

"몰랐어"라고 솔직하기만 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테니 어려울 것 없겠다.


반대로 겉모습은 다르게 보이는데 그 속사정이 비슷한 것들도 있다. (겉다속비)


나는 이 겉다속비 마인드를 좋아한다.

(겉다속비)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보면

서로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마음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 아량이 생긴다.


만나기만 하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토로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꽉 채우던 지인이 있었다.

나는 그녀를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만남이 계속될수록

'내가 감정 쓰레기 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피로도가 증가했다.


그 후 우리 사이에는 우여곡절이 매우 많았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내가 좋으니까

타인에게는 하지 못하는 솔직한 마음을 나에게만 털어놓았던 거고

나는 그녀가 좋으니까

내가 가진 것 중에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겉으로 드러난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서로를 좋아하는 속마음은 완벽하게 같았다.


그녀와 나는 친밀한 사람과 나누고 싶은

스페셜한 것이 달랐을 뿐이다.


나의 피로도 만큼이나

그녀도 나 때문에 아팠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많이 미숙했다.


물론 이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보다 만남은 소원해졌지만

더 이상 서로를 오해하거나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애정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거리가 생겼다고 할까?


겉다속,

이 말에 대한 펙트 한 증거를 말해볼까?

사람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옛말에

"사람 사는 거(속사정) 다 거기서 거기~"라고 했다.

들어봤제?!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1


쉽지 않지 겉다속비

훨씬 낫지 미움보다

해야 하지 나를위해


*겉다속비: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다르지만 속사정은 다 비슷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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