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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

by 진아름

40대에 겪는 일들은 대부분 중대한 일이다.


연로(年老)하신 부모님의 건강문제,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의 교육문제,

커리어에서는 중역으로서의 책임.

어느 것 하나도 만만하지 않다.


함께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은 이런 때에

부부 중 한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집안은 태풍의 영향권에 든다.


2024년, 내가 마흔두 살이 되던 해에

나보다 두 살 많은 남편은 두 가지의 큰 일을 겪었다.


사수 역할을 해주시던 상사분께서 갑자기 퇴직을 하게 되면서 남편의 후배가 선임이 되었는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업무분장에서 한직으로 물러나며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그 해가 다 가도록 수습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남편은 잇몸에서 불편감을 느꼈다.

남편은 구강 내에서 세 차례에 걸쳐 양성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몸의 신호는 걱정과 불안 요인이 되었다.

결국 24년 12월 12일에 남편은 네 번째 수술을 받았다.


수술 날짜는 중학교 2학년인 큰 딸의 2학기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일이었다.

그녀에 대한 다른 말은 필요 없다.

그녀는 사춘기다.


나는 전업주부였고

대략적인 나의 일과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열순서는 관리주기에 따른다.


1. 집안일 및 식단관리

(건강과 경제적 관점에서) - 매일

2. 읽거나 쓰기 - 매일

3. 하루 2시간 자격증 시험공부 - 주 5회

4. 운동 - 주 3회

5. 부업 - 월 8회 이내


15년을 반복하여 익숙해진 일과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에는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내가 사주에 처음 관심을 가진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당시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의 불확실성의 크기와 불안의 정도는 비례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날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지난 최선들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현재의 절망 닿았다.


유튜브 채널에서 사주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명리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작가로도 활동하시는 한 선생님을 찾아뵙기도 했다.

내 인생 첫 번째 사주 상담이었다.


2024년에 벌어진 집안의 위기가 채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2025년부터 돼지띠의 삼재가 시작된다는 찜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업회계의 원칙 중에 '발생주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은 재무의 건전성을 견고히 하는 관점에 따라 당기 비용은 지불 여부에 상관없이 발생되었을 때 반영하고,

수익은 발생여부가 아닌 실제로 내 주머니에 들어왔을 때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


발생주의를 따르면 당 해 수익은 적게, 비용은 크게 반영하여 재정의 안정성을 키우게 되는데 이것을 보수주의라고 한다.


나의 삼재기간을 2024년 생일 이후 부터 2028년 1월 26일(음력 12월 31일)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회계의 보수주의와 같은 맥락이다.


삼재는 살아온 시간에 대한 성적표이므로

주변에 해를 끼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면 큰 탈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삼재무탈의 바람을 담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통과하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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