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번역가
새로이 다니는 수영장에서는 레인이 비교적 좁아서, 4개 레인을 운영해야 할 것 같은 너비를 억지로 쪼개어 5개 레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이 평영 발차기 1바퀴를 주문하실 때는, 평영 발차기로 옆 레인의 누군가를 칠 때도 있고(매번 사과하려고 고개를 들지만 미안합니다와 괜찮습니다를 교환하는 일보다는 지금 당장 평영 발차기 1바퀴를 완수하는 것이 바쁘신지 서둘러 가 버리셔서 피해자가 누구이신지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대로 내가 옆 레인의 평영 발차기에 허벅지를 맞은 적도 있고(내가 맞는 입장이 되면 나 역시 아프지만 그러려니 하고 계속 갈 길을 간다), 맞지는 않았지만 눈앞까지 위협적으로 쑥 하고 물살을 가르며 뻗어오는 평영 발을 목도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왠지 옆 사람이 평영 발차기를 지금 찰 것 같다, 하는 순간에는 기술적으로 쓱 피해 가기도 한다.
레인이 좁아서 평영 발차기만 문제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접영으로 가다가 레인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는 경우에 한팔 접영으로 바꿔서 가야 하는 것은 물론, 그 한팔 접영마저도 옆 사람에게 닿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어 최대한 레인 쪽으로 붙다 보면, 플라스틱으로 된 레인 구분선에 손등을 찍는 경우도 2주 사이에 2번이나 있었을 정도이다. (그럴 경우에는 레인 끝에 서서 빨개진 손등을 확인하고, 피만 나지 않는다면 다시 출발하는 편이다.) 하나 이렇게 레인을 쪼개어 레인 개수를 늘려도 한 레인당 사람이 20명 이상은 되니,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접영 25m 편도를 하자면, 1번에 선 나는 그나마 낫지만, 10번째 이상 선 회원님들은 사람들이 레인 끝에서부터 줄줄이 서 있는 통에 접영을 10m씩밖에는 하지 못하시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렇게 서로 부대끼며 수영을 하자니 이게 운동이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선생님께서 자유형 2바퀴를 주문해서 1번으로서 한 바퀴를 돌고 오면, 마지막 사람 2명 정도는 아직 출발하지도 않은 상태라서, 1바퀴를 돌면 거의 백이면 백 바닥에 발을 딛고 서야만 하는지라, 100m가 아니라 50 × 2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하나 반대로 직장인들이 새벽에 어깨라도 풀어보겠다고 이렇게 많이들 운동하러 온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들은 또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면서 직장 사람들과 부대끼고, 점심시간에도 허기를 채워보겠다고 음식점에 몰려드는 사람들과 부대끼고, 퇴근길 지하철을 타면서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얼른 집에 가서 따뜻한 밥을 먹고 싶어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 사람들과 부대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일과 속에서 여기저기 부대끼기 전에, 잠시나마 자신만의 수영을 하겠다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그저 끌려가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주체적으로 하루를 일구어나가겠다고, 이 세미-나신의 스포츠인들과 부대껴보는 이 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비록 사람들과 부대끼더라도, 내가 선택한 이 장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이 시간은 얼마나 값진가. 이렇게 생각하면, 기포가 이는 파란 물 속에서 모두와 부대끼는 이 순간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편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