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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근력

수영하는 번역가

by 백지민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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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하기 위해 근력 운동을 시작한 것은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할 때였다. 수영 기록 단축을 위해서는 수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어깨 및 허벅지 근육 강화를 위해 지상 운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지상 운동에는 스트레치코드 당기기(문틈 등에 고무줄 등을 끼워 두고, 고무줄 양 끝에 달린 패들처럼 생긴 기구를 앞에서 뒤로 당기면서 삼두근을 단련시키는 훈련이다), 팔굽혀펴기, 스쾃, 런지 등을 복합적으로 했다. 처음에는 수영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어깨에 석회가 쌓이고 어깨 힘줄에 염증이 생겨 팔굽혀펴기는커녕 팔을 위로 올리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벽에 양팔을 대고 밀기부터 시작해서, 책상 잡고 팔굽혀펴기,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등을 거쳐 드디어 제대로 된 팔굽혀펴기를 10회 5세트 해냈을 때는 왠지 모를 성취감마저 생겼다. 내가 집에서 하는 팔굽혀펴기 개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어깨 재활에 성공해 팔굽혀펴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커피 여러 잔을 날라야 할 때도, 내가 팔굽혀펴기를 이만큼 하는 사람인데 이걸 못 들겠나, 하는 생각이 들며 자신감 있게 번쩍 들어 올리게 되었다. 마우스 클릭을 하다 문득 팔굽혀펴기로 자극된 삼두근이 뻣뻣한 것이 느껴지면 묘하게 뿌듯해지곤 했다.

그런 것은 모두 라운드숄더에 팔굽혀펴기가 좋다는 지식만을 가지고 실행한 것이었다. 나를 가르치시던 수영 강사 선생님들은 자꾸 어깨를 펴라고, 어깨가 굽어 있으니까 접영 시에도 구부정하게 입수하게 되지 않느냐며 지상 운동과 스트레칭을 강조하셨다. 그렇기에 어깨를 펴는 데는 팔굽혀펴기가 필수적이겠거니, 하고 수년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실력 있는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팔굽혀펴기는 어깨 앞쪽 근육을 수축하게 하니 라운드숄더가 더 심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등 쪽 근육을 수축하게 하는 턱걸이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훈련해야 한다고 알려 주셨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훈련이 오히려 라운드숄더를 가속하는 훈련법이었다니! 나는 이에 팔굽혀펴기를 잠시 중단하고 턱걸이에 비중을 조금 더 두게 되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자세를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음으로는 밴드의 도움 없이 맨몸으로 턱걸이를 10개씩 번쩍번쩍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철봉을 잡고 매달린 자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팔굽혀펴기를 시작할 때 벽에 양손을 대고 미는 것부터 시작했듯이, 처음에는 철봉에 매달리기부터 시작했다. 매달려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처음에는 10초였지만, 일주일 뒤에는 15초, 다음은 20초, 다음은 30초, 하는 식으로 늘어났다. 웬만큼 매달릴 수 있게 되자 다음으로는 초보자용의 두꺼운 풀업 밴드를 사서 턱걸이를 시도해 보았다. 처음에는 밴드 턱걸이를 3개만 해도 다음 날 전신이 욱신거릴 정도로 삭신이 쑤셨다. 그러나 점차 5개, 다음에는 5개를 3세트 하는 식으로 근력이 늘어났다. 요즘에는 아직 밴드를 졸업하지는 못했어도, 이렇게 반복한 끝에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밴드 턱걸이를 10개 5세트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려웠던 동작을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근력이 길러진다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울을 보며 점차 펴지는 어깨와 일자로 정렬되는 쇄골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 접영을 할 때 한층 힘이 실린 어깨에 대한 자신감, 거기에서 오는 자신에 대한 확신, 자아 효능감 등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욱 자신 있게 하루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한다. 팔굽혀펴기를, 턱걸이를 할수록 생겨나는 것은 어깨의 근력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근력도 있으리라. Sound body, sound mind(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했던가. 몸이 다부져질수록, 마음 역시 근육이 생겨 단단해짐을 느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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