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의 시작
이것저것 다양한 업무와 직장을 경험한 뒤 나는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평소에 유튜브 채널 운영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한 병원에서 국제진료팀 영어 담당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을 봤다. 업무 내용을 보니 병원 국제 유튜브 채널 관리, 영어 통번역, 외국환자 관리, 해외마케팅 등등 내가 관심 있고 해보고 싶은 직무들이 굉장히 많았다. 나는 채용공고에 지원하게 되었고 당당히 합격해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상 나의 첫 공식적인 회사 생활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나의 사수분인 대리님이 워낙 유능하고 인성이 좋으셔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뿐만 아니라 업무 자체도 매우 흥미로워서 회사 생활 자체가 즐거웠다. 하지만 내가 적응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아무래도 병원 백오피스에서 일을 하지만 의사, 간호사 등등 의료진들과 직장 동료로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씩 외국인 환자 통역을 하기 위해 진료실이나 수술실에 들어갈 때면 최대한 내 할 일을 마치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한, 회사 특유의 수직적인 체계도 적응을 해야 했다. 물론, 내 포지션이 딱히 직장 상사의 지시가 자주 떨어지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내가 지금처럼 자유롭게 내 스케줄을 조정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환경과는 매우 달랐다. 부서 안팎으로 팀으로서 언제든지 함께 움직여야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약 1년을 일하고 퇴사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배운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고 경제관념이 어느정도 생긴 것 같아서 1년이라는 어떻게 보면 짧은 회사생활 이었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단체생활을 해야 될지, 어떤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 업무적인 나의 장단점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회사생활이 막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나는 다른 곳으로 이직이 확정되었다.
나의 두 번째 회사생활은 체육 계열의 회사였다. 처음 병원보다는 규모가 꽤 큰 회사였고 조직과 부서가 체계적으로 짜여 있었다. 나의 부서는 체육단체 국제전문인력. 내가 맡았던 특정한 종목이 있었고 그것은 바로 바둑이었다. 참 신기한 운명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잠시 바둑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게 약 20년이 지난 그 당시 다시 바둑을 만날 줄을 상상도 못 했다. 바둑은 대한체육회 종목단체 정회원으로 가입된 종목이었으며 국제적으로 그렇게 발달된 종목은 아니었지만 국제 대회들이 간간이 펼쳐지곤 했다. '국무총리배'라는 매주 열리는 국제바둑대회가 있었는데 나의 주요 업무는 타 국제바둑단체들과 잘 소통하여 대회를 훌륭하고 문제없게 개최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 번의 대회 개최를 경험하고 1년을 채운 후 또다시 퇴사했다. 극강의 워라밸, 나쁘지 않은 급여, 괜찮은 근무 환경 등 장점이 많은 회사였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근무를 하면서 동기부여 그리고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회사를 다니다간 그냥 현실에 안주하여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각각 1년 두 곳에서 회사생활을 경험하고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배운 것들도 많았고 느낀 점들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돈을 많이 저축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전에는 부족했던 경제관념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어떤 일을 좋아하고 나의 업무적 강점 그리고 약점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2년간 소중한 자산을 얻으며 나의 아홉 번째 도전에서 '승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