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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차 구입

by 재효Matthew

내 인생에는 지금까지 많은 성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를 하나 뽑자면 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약 6개월 전 내 차를 구입했다. 그 순간 나는 희열을 느꼈다. 많은 성과들 가운데도 내가 희열을 느꼈던 적은 많이 없다. 아마 차 구입 이외에 대학교 합격과 졸업 정도가 나에게 그만큼의 행복감을 준 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차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차 운전을 잘하고 싶고 내 차를 가지고 싶은 욕구가 컸다. 또한, 차를 구입한 것은 꽤나 상징적인 일로 느껴졌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기도 했고 나의 또 다른 친구가 생긴 느낌이기도 했다.


차가 생긴 후 내 삶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출근을 할 때 나는 사실 차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평소에도 그다지 필요한 상황이 많지 않지만 가끔씩 기분 전환 삼아 차를 끌고 출근을 하거나 주말에 드라이브를 나갔다. 특별하게 시간이 단축되거나 실용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깨가 높아졌고 짜릿함이 느껴졌다. 진정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신분 상승을 했다는 착각이 들기까지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또또 다른 취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다운될 때 차를 끌고 30분 정도 나갔다 오면 리프레쉬가 되고 마음이 풀렸다. 또한, 운전을 하며 공간 지각 능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주차를 할 때, 차선을 바꿀 때, 차를 뺄 때 등등 앞, 뒤, 옆 큰 시야를 가져야 했고 그로 인해 공간 지각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평소에 실용적인 성향 덕에 필요한 곳에는 일체 돈을 쓰지 않았던 나도 차는 참 좋아했나 보다. 차로 인해 나가는 기름값, 세금 등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차를 구입한 덕분에 자존감이 올라갔다. 어린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차가 있다는 것은 준수한 경제력을 증명하는 방법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차가 없어도 경제력이 우수할 수 있겠으나 차가 있으면 그 부분을 더 상세하게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쓸데없이 사치를 부리고 과시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더 그랬다. 나 자신을 믿고 빚을 져가면서 까지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차를 사는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내가 충분히 여유가 되고 차를 살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차를 구입한 것이다. 생활이 빠듯하거나 경제적으로 힘들었다면 나는 절대 차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자부심을 느낀다.


실제로 차를 구입한 이유로 내 삶이 더욱 윤택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

그렇게 나는 내 열한 번째 도전에 '승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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