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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사회에 발을 내딛다

by 재효Matthew

2018년 9월, 미국에서 대학교 졸업 후 나는 예정대로 한국으로 귀국했다. 목표했던 교육 과정을 훌륭히 마치고 돌아온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다. 6~7년 간의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부모님께서는 최소 약 3개월간 12월 정도까지는 편히 휴식을 취하는 것을 권유했지만 나의 열정을 말리지 못하셨다. 나는 본가에서 약 2~3주 간의 휴식을 취하고 일 경험을 쌓기 위하여 서울로 올라갔다. 조그마한 자취방을 하나 구해서 생활했고 일적으로 나의 적성 및 재능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졸업 후 인생의 첫 공식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시도해 봤던 일은 파트타임 영어강사였다. 대상은 어린 초등생 아이들이었다. 이제 갓 대학교를 졸업한 햇병아리였고 일단 제안이 오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볼 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영어학원에 입사했고 현실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 매우 달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업 성적은 최상위권이었고 어떤 활동이든 학교 내에서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서 일을 시작하니 나는 그냥 '초짜' 그 자체였다. 학부모 응대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다루는 방법,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 수업 준비, 직장 동료들과의 소통 모든 분야에서 나는 어색함을 느꼈고 직장 내에서 나 자신이 가장 서툴고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마다 원장님은 나를 다독여 주고 격려했지만 결국 나는 일에 흥미를 잃고 2달 만에 학원을 그만두고 말았다.


다음으로 시도한 일도 마찬가지로 영어강사였지만 이번에는 대상이 달랐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그룹 수업이 아닌 일대일 수업이었다. 다행히도 이번 일은 처음 일했던 곳보다 훨씬 편하고 좋았다. 일대일 수업이라서 그룹 수업에 비해 훨씬 부담이 적었고 대상도 성인들이라서 훨씬 대하기가 쉬웠다. 또한, 상담 및 직장 동료들과 소통할 일이 거의 없어서 잡일도 없었다. 주 업무인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업무에 흥미를 잃게 되었고 결국에는 6개월 계약 기간을 채우고 이 직장도 떠났다.


두 번의 영어강사 일을 경험한 후 나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고 군대에 지원했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평소에 취미로 축구하는 걸 너무나도 좋아했던 나는 24살의 나이에 축구를 하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바로 정밀 검사에 들어갔고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아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히 나이가 어린 편이어서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입대에 문제가 생겼다. 군대 입대를 2~3주 앞두고 나는 재검을 받았는데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인해 군 면제를 통보받았다. 2년간의 군생활 이후 나의 커리어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을 해 볼 생각이었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 또 무언가를 시도하고 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방십자인대 부상 회복은 빨랐다. 3개월 만에 고강도 운동을 다시 할 수 있을 만큼 잘 회복했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었다. 평소에 운동에 워낙 관심이 많아 재활 훈련을 혹독히 진행한 덕분이었다. 심지어 선수재활 프로그램으로 현역 축구 선수들과 재활을 같이 진행해서 부상 회복에는 최고의 보약이었다. 그렇게 재활 치료를 마친 후 나는 일본으로 향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제2 외국어(일본어)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갈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6개월간 일본 게이오 대학교에서 일본어 수업을 들으며 제2 외국어 실력을 갈고닦았다. 하지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후 나는 아직도 무슨 일이 나에게 맞는지 어떤 일을 해야 나에게 좋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중순까지 이것저것 또 해보기 시작했다. 호텔, 항공사, 강사, 일반 회사 등등 영어 및 외국어 실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주로 일 경험을 쌓았지만 결과적으론 모두 실패였다. 전과 다르지 않게 몇 개월 심지어는 몇 주 만에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거의 약 2년간 일 경험을 쌓았지만 내가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갔다.


나는 내 여덟 번째 도전에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패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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