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장원 Dec 27. 2024

한 걸음의 차이


1. 앨런 윌슨 영국 왕립수의대 교수팀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사바나에서 사자, 치타, 얼룩말, 임팔라 네 종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사냥할 때의 가속·감속 능력, 회전 능력, 최고 속도 등을 측정했다. 야생상태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신체능력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2. 근육의 힘이나 가속력 등 대부분 능력에서 포식자가 조금 우월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기에 포식자들은 사냥에 성공해왔을 것이고, 포식자-피식자의 균형과 공존이 가능했을 것이다. 

 

3. 하지만 포식자는 피식자보다 수십 혹은 수백 미터 뒤에서 경주를 시작한다. 피식자는 방향을 비틀어 변주를 줄 수도 있다. 포식자에게 상당한 핸디캡이 주어진다. 능력 차이는 상쇄되고 결국 대등한 시합이 된다. 사자의 사냥 장면을 보면 전력을 다해 얼룩말을 쫓지만 코앞에서 놓치는 경우도 많다. 100미터 뒤에서 시작해 1미터 뒤까지 거리를 좁혀도 그 마지막 한 걸음을 좁히지 못해 사냥에 실패한다. 얼룩말 사냥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그 한 걸음에 대한 집요함이다.

 

4. 누군가와 경쟁을 할 때 압도적인 승리나 패배는 거의 없다.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한 걸음을 좁힐 수 있는 집요함의 차이다. 사소한 차이였다고 아쉬워하거나 억울해하지 말자. 사자나 얼룩말은 그 사소한 한 걸음이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Alan M Wilson et al., (2018), ‘Biomechanics of predator-prey arms race in lion, zebra, cheetah and impala’, Nature. 8 Feb 2018.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