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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한 걸음 뒤로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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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침팬지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천장에 바나나를 매달아 두고 침팬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침팬지는 처음에는 손을 뻗고 점프를 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바나나를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잠시 멈춰 주변을 살펴보더니 근처에 있는 상자들을 쌓아 그 위에 올라가 바나나를 땄다.*


2. 인간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실험도 있다. 피험자에게 초, 성냥, 압정 한통을 주고 초를 벽에 부착해서 켜두되, 밀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압정으로 초를 고정하려 하면 압정이 짧아서 실패했고, 초를 녹여서 붙이려 하면 밀랍이 바닥에 떨어져 실패했다. 아무리 반복해도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압정을 꺼낸 빈 상자에 초를 고정하고 그 상자를 압정으로 벽에 고정해야 해결된다.** 잠깐 멈춰 주어진 것을 다시 살피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3. 열심히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침팬지가 아무리 쉬지 않고 열심히 점프를 하더라도 바나나를 잡을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목표에 손이 닿지 않는다면 잠깐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곁에도 나를 도와줄 상자들이 흩어져 있을지 모른다.




* Wikipedia, “Wolfgang Köhler”

** Wikipedia, “Candle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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