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하얀 고양이와 할머니

by 고진예 Feb 06. 2025

오늘 종민이는 학교에 다녀온 후 거실에서 레고로 배를 만든다. 나는 종민이가 혼자 노는 모습이 외로워 보였다. 나는 괜히 잘 놀고 있는 종민이에게 말을 걸었다.     

                

“종민아, 오늘 학교에서 어떻게 보냈어?”     

“잘”     

“어떻게 잘 보냈어?”     

“잘 보냈어.”     


종민이는 배 만드는 놀이에 집중해서일까. 말을 거는 내가 귀찮다는 표정이다. 나는 종민이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다정하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야지. 학교에서 뭐 했어?”          

“'하얀 고양이와 할머니'라는 책을 읽었어."     

“그랬구나. 어떤 내용이었어?”     


“할머니는 하얀 집에서 하얀 고양이와 같이 살고 있었대. 할머니는 늘 집을 새하얗게 만드는 걸 좋아했대. 그런데 어느 날 하얀 고양이가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들어왔대. 노랑 고양이, 빨강 고양이가 집에 들어와 집 안을 어질렀대.”     

“엄청나게 어질러졌겠네.”     

“응, 할머니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대.”     

“그래서?”               

“고양이들이 하얀 집안을 노랗고 빨갛고 분홍으로 바꿔 놓았대. 할머니는 이제 그 어질러진 집안이 익숙해져서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대요. 할머니는 노랑, 빨강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쿠키도 만들어 줬대요. 그리고 할머니와 고양이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종민이는 레고를 만지작거리며 내게 차근차근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맞장구라도 치듯 반가워했다.      


“그랬구나, 어쩜 엄마랑 똑같네. 엄마도 처음에 종민이가 집을 엄청나게 어질러 놓았을 때 머리가 지끈지끈했지.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거실에 널려져 있는 종민이 장난감들을 가리키며) 놓여도 아무렇지 않아.”               

종민이는 나를 흘낏 보며 어이없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엄마, 조금 치웠으면 좋겠어.”














이전 04화 아침 풍경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