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종민이는 학교에 다녀온 후 거실에서 레고로 배를 만든다. 나는 종민이가 혼자 노는 모습이 외로워 보였다. 나는 괜히 잘 놀고 있는 종민이에게 말을 걸었다.
“종민아, 오늘 학교에서 어떻게 보냈어?”
“잘”
“어떻게 잘 보냈어?”
“잘 보냈어.”
종민이는 배 만드는 놀이에 집중해서일까. 말을 거는 내가 귀찮다는 표정이다. 나는 종민이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다정하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야지. 학교에서 뭐 했어?”
“'하얀 고양이와 할머니'라는 책을 읽었어."
“그랬구나. 어떤 내용이었어?”
“할머니는 하얀 집에서 하얀 고양이와 같이 살고 있었대. 할머니는 늘 집을 새하얗게 만드는 걸 좋아했대. 그런데 어느 날 하얀 고양이가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들어왔대. 노랑 고양이, 빨강 고양이가 집에 들어와 집 안을 어질렀대.”
“엄청나게 어질러졌겠네.”
“응, 할머니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대.”
“그래서?”
“고양이들이 하얀 집안을 노랗고 빨갛고 분홍으로 바꿔 놓았대. 할머니는 이제 그 어질러진 집안이 익숙해져서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대요. 할머니는 노랑, 빨강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쿠키도 만들어 줬대요. 그리고 할머니와 고양이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종민이는 레고를 만지작거리며 내게 차근차근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맞장구라도 치듯 반가워했다.
“그랬구나, 어쩜 엄마랑 똑같네. 엄마도 처음에 종민이가 집을 엄청나게 어질러 놓았을 때 머리가 지끈지끈했지.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거실에 널려져 있는 종민이 장난감들을 가리키며) 놓여도 아무렇지 않아.”
종민이는 나를 흘낏 보며 어이없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엄마, 조금 치웠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