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가는 개학 전, 나와 남편은 종민이가 소아정신과에 정기검진을 가기 전에 고민했다. 과연 종민이가 ADHD 약을 끊어도 될까. 방학 동안 종민이는 약을 먹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해서 마찰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아이를 달래 가며 훈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작년에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했다. 엄마가 아이의 증상으로 혼란을 겪는 이유는 아이가 집에서는 집중도 잘하고 문제없이 잘 놀기 때문이다.
종민이도 확연히 작년의 상황과 달라졌다. 아이는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참아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다. 또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 하여 쉽게 반발하지 않는다. 가끔 약을 먹지 않고 학교 간 후에도 선생님에게 “넌 까불지만 않으면 돼.”라는 가벼운 조언을 들을 정도로 특별히 제지당하거나, 문제가 불거져 집으로 전화가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편은 약을 복용한 후에 일어나는 종민이의 음식 거부를 매우 안타까워한다.
“토요일과 일요일만이라도 음식을 맘껏 먹게 하면 어때요?”
고민 끝에 남편은 종민이를 데리고 소아정신과 의원에 가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지선 원장은 종민이를 진찰한 후에 남편의 말을 들어주었다. 이제 종민이는 평일에는 평소처럼 약을 먹고, 주말에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종민이는 너무 신이 났고 나와 남편은 안도했다.
“종민아, 종민이가 그동안 너무 잘해줘서 약을 줄이는 거야. 이제 일 년만 약을 잘 먹고 노력하면 약을 안 먹게 될 수 있어.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지?”
“네!”
종민이는 한 손을 들어 머리에 갖다 대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짓는다. 혹여 종민이에게 괜한 희망을 주는 것은 아닐까. 잠깐 후회를 했지만, 종민이는 작년에 비해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고 불안과 반항 정도가 줄었다. 며칠 약을 먹지 않거나 기분이 가라앉고 날카로운 날에는 반항적인 말투가 툭 튀어나오지만, 요즘처럼 하루가 평안한 날에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종민이는 유전적 ADHD가 아니라 불안한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본능적 자기 보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반항적 ADHD증상이 나타난 것은 아닐까. 그러기 때문에 종민이의 증상이 쉽게 호전된 것은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얼마 전에도 약을 두고 종민이와 신경전을 벌인 일이 있다.
“종민아, 이지선 원장님이 평일에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한대.”
“선생님이 그렇게 날 잘 알아?”
나는 종민이의 질문에 당황했다. 정말 의사가 종민이를 종민이 자신보다 혹은 종민이와 매일 24시간을 살고 있는 엄마보다 종민이를 잘 알고 있을까. 종민이 입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 5분에서 10분 정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이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항상 아이를 관찰하지만, 때로는 부모의 관심이 아이에게 향하지 않을 때도 있다. 또는, 부모의 왜곡된 신념이 아이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때도 있다. 나는 부모가 꼭 좋은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부모는 책이나 강연, 외부의 전문가와 상담, 또는 가까운 지인과 소통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율한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 의사의 판단과 조언도 필요하다. 부모는 정서적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줄 뿐, 아이의 정신적 증상을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종민이의 말처럼, 아이는 부모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아이를 위해 최선의 방향을 선택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