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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만들어진 겁니다!

by 영순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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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를 보는데,

네팔에 관한 영상이 나왔다.


주민들이 소똥과 짚을

손으로 직접 섞으면서

그 덩어리를 납작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뭉쳐놓은 덩어리는

말려서 땔감으로도 쓰고,

청소나 정화를 하는데

쓰기도 한단다.


그 영상을 보는 내내,

나는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도 아닌데,

더럽다는 생각과 비위가 상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영상속의 우리 나라 리포터도

함께 그것을 만들었는데,

소똥과 짚을 섞던 그 손을

코 끝에 대더니,

냄새가 거의 안난다고 했다.


그곳의 소는 풀만 먹어서

똥에서 냄새거 거의 안난다고 했다.




역시, 나는 눈쌀이 찌푸려졌다.

"저 더러운 것을

코와 입에 가져다대다니....."




네팔은 소를 신성시하는 문화권이라서,

소똥을 손으로 만지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들이 소똥을 더럽게 여기지 않는 것은

소를 신성시 하므로,

소의 배설물은 더러운 것이 아니다.


그들의 문화권이 소똥에 대한

인식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 가면,

집 초입에 외양간이 있었고,

그 근처는 소똥이 늘 한가득 있었고

냄새가 지독했다.


난, 코를 막고 그곳을 달려갔다.


여름이면 대청마루에서

밥도 먹고, 수박도 먹고,

옥수수도 먹었는데,

대청마루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당연히 소똥 냄새도 났다.

대청마루와 외양간은

어른 발걸음으로 15발자국 정도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똥을 접하며 성장한 세대인데도,

그 냄새를 생각하면 더럽다.


소똥을 접하지 않은 세대는

오죽하겠는가.




결국, 소똥에 대한 인식은

문화권에 따라 다르고,

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즉, 소똥 자체는 객관적으로

더럽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흙은 어떠한가?"


"진흙은 어떠한가?"




삶을 살다보면,

타인으로 인해,

힘들고, 답답하고,

화가 나고, 상처받는 일이 많다.


전부 그들 탓인 거 같다.

아니, 그 당시에는

명백히 그들 탓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그런 감정이

그토록 강렬하게 느껴지겠지.




하지만, 그들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전세계의 모든 사람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은

그 사람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하기보다는

내가 그들에게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소똥이 더럽게 느껴지듯이.




어쩌면,

그들 잘못이 아니라,

내가 자란 성장 배경, 환경,

문화권, 나의 성격,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나라는 존재이기에,

모든 것을 해석하는 방식은

그 시스템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100% 타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지난 날들이


그렇게 강렬한 부정적 감정과 반응으로

고통을 받았던

나의 지난 날들이


다가올 나의 날들에

얼만큼의 너그러움과 여유로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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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게는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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