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통하나요?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났을때
2번째 만남을 가질지 말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화'이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게 되면,
우리는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며,
다음 만남과 대화를 기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관심사나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상대가 유머러스한 사람이라서,
대화하는 내내 웃었다면,
상대에게 호감을 넘어선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숨이 가쁘도록 언덕을 올라,
심장이 빠르게 뛰게 만든 후에,
처음 보는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물을 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느꼈다고
응답했다는 심리학 실험은 유명하다.
즉, 가슴이 뛰는 것이 가파른 산을
올라서임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있는 이성 때문에
심장이 뛴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상대가 유머러스해서
대화 내내 웃었거나,
대화가 즐거워서 좋은 감정을
대화 내내 느꼈다면,
그 사람을 떠올릴때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거나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대화가 두번째 만남을 이어가게 되는
중요한 요소임과 동시에,
인지적 착각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취약점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만약, 대화가 자주 끊기거나,
침묵이 자주 발생하거나,
상대의 이야기에 그닥 공감이 가지 않거나,
상대가 내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것 같다면,
상대에 대한 호감도는 떨어지게 되어 있고,
다음 만남에 대한 기대 역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서 배우자와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대화는 이런 류의 대화가 아니다.
다음 만남을 이어갈지, 계속 만날지,
사귈지에 대한 결정을 하는 짧은 신호가 아니다.
결혼생활은, 늘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과 대화를 할때 즐거운지, 웃게 되는지보다,
더 중요한 대화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서로 힘이 들때, 갈등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쓰는 언어, 대화의 방식, 경청의 수준,
이해나 배려의 정도 등이 결혼생활의 질, 행복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에서 이혼하는 부부는 이혼 직전까지,
극단적으로 서로의 말을 듣지 않으며,
내 말만 하고,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고 비난한다.
난 단 한쌍의 이혼 커플도 만나서
인터뷰한 적 없지만,
장담할 수 있다.
동물과 달리, 고차원적 도구인 언어를 사용하는
2명의 인간이 서로 대화가 잘 통하는데,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고 끝까지 비난만하다가
이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혼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불통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와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을
배우자의 선택 기준으로 삼을 때는,
그 환경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고,
기대로 가득 차 있는 초반에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
그 사람과의 대화의 합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첫 만남 후에, 첫 대화를 회상하며
"대화가 잘 통하더라구~"라는 말은
배우자 선택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말하는 것마다 어긋나거나
사사건건 다른 방향이라면,
배우자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우리는 다른 여러 조건에서 상대와의 대화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관심사가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은
세상에 넘쳐난다.
하지만, 인생의 여러 길목에서,
내 대화를 경청하고,
갈등이 있을 때 잠시 물러설 줄 알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