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식단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하여.
작년 10월부터 내 나름대로 만든 기준으로 지금까지 식단을 지켜오고 있다. 우선 매일 14시간~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24시간 단식을 한다. 식사는 채소로 시작해서, 단백질, 탄수화물을 순서대로 섭취한다. 양은 마음껏. 배부를 만큼 먹고 있다. 밀가루 음식은 주말에만 2회(2끼)로 제한하고, 술은 달에 2회. 미리 약속 잡은 자리에서만 마신다.
지킬 것 많고, 이래저래 귀찮은 규칙이지만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고 나니 꽤 할만하다. 건강과 쾌락을 적당한 비율로 잘 버무려서 손이 자꾸 가는 절 비빔밥 같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삶을 사는 중이다.
이 규칙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식탐이라는 놈이 유튜브 광고 맹키로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다는 것이다. 대체로 밀가루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그게 주말이라면 규칙에 어긋날 게 없으니 떠오른 그 녀석을 그 자리에서 해치워 버리면 그만이지만, 평일에는 찾아오는 녀석은 어쩔 수 없이 주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식탐이란 놈은 그 자리에서 해소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몸집을 불리는 속성이 있다. 때문에 녀석에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주고 나면, 그 주변으로 다른 비슷한 녀석들이 들러붙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덩치가 굉장하게 불어난 뒤다.
처음에는 피자가 먹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거기에 햄버거 붙고, 짜장면 붙고, 짬뽕 붙고, 냉면 붙고 하다 보면 어느새 쯔양 씨(유튜버) 정도 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먹을 수 없는 한 끼가 되어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잠들기 전, 전략 삼매경에 빠지는데, '짜장 짬뽕은 짬짜면으로 통합시키고, 피자는 조각 피자로 따로 사고, 햄버거는 단품으로 시켜서 반 잘라먹고... 중얼중얼...' 하는 식이다. 그럼 잠도 잘 오고 식탐도 한 꺼풀 꺾인다.
이렇게 만든 전략으로 한 주 동안 떠오른 모든 음식을 최대한 먹으려고 한다. 다음 주로 넘기면 어차피 또다시 이놈 저놈 붙어서 엄청난 덩치로 찾아오니까 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잘 먹는 친구 하나 꼬셔서 나눠 먹는 것인데, 나의 이런 식탐을 보여주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아직 시도는 못해봤다.
이렇게 머리끝까지 차오른 식탐을 해소한 다음에는 다시 평화로운 식단이 시작된다. 마음속에 담아 둔 불만이 없으니 규칙을 지키는 것이 힘들지가 않다. 결국 식탐을 잘 해결하는 것이 이 규칙을 유지하는 키포인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삶에는 특정한 법칙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의 압력이 낮아질 때는 반드시 그 반대쪽에서 압력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반대쪽을 의식하고 신경 쓰면서 관리해 줘야 한다. 그게 무언가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