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기념일이 존재하는 이유에 관하여.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지?
1월 16일. 바로 '국제 뜨겁고 매운 음식의 날'과 '아무것도 없는 날'이다.
(어제 써 놓은 글을 수정 없이 올렸다. 헷갈리셨을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도대체 왜 이런 기념일이 있는 것인가? 어쩌다가 뜨겁고 매운 음식에게 지구의 일 년 중 하루를 선사한 것이며, 거기에 더해 그것을 왜 글로벌하게 기념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날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려면 '국제 뜨겁고 매운 음식의 날'을 철회 시키고 만들던가. 뻔히 다른 기념일을 옆에 두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몰상식은 무엇이냐 말이다. 빠른 시일 내에 두 기념일끼리 입장 정리하고 나에게도 좀 알려다오.
가끔 달력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괴상한 기념일이 많다. 당최 왜 생긴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진 않지만 당당하게 달력 한편을 차지한 녀석들.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는 그날을 기념일로 재정하기 위해 어떠한 행정적 절차를 거쳤을 터인데, 어째서 아무도 말리지 않은 것인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나도 상식적이기에 큰일을(괴상한 기념일 만들기)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건 어쩌면 상식을 벗어나야만 위대한 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일종의 메타포인 것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인간이란 종족은 "너 똑바로 살아." 하면 기를 써서라도 똑바로 살지 않으려 한다. 직선적인 메시지는 언제나 우릴 엇나가게 만든다.(나만 그런 거라고?) 하지만 소설과 영화, 시와 이야기로 무언가를 배울 때에는 다르다. 은유 속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때에 우리는 삶을 배운다.
말하자면, '국제 뜨겁고 매운 음식의 날'과 '아무것도 없는 날'은 결국 '상식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탓에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답답하게 바라보다 충고 한 수 해준 게 아닌지.
아 그런 뜻이. 그렇게 깊은 뜻이!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그래. 그런 거였어.
혹시나 '국제 뜨겁고 매운 음식의 날' 쪽의 세력, 디진다 김치찌개 창시자 제갈민지 할머니(68세)와, '아무것도 없는 날'세력의 염세주의자 곽상범(29세)의 달력 쟁탈전은 아닐까 하고 오해한 내가 부끄러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