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있어야 하는 이유
매주 주말마다 만나는 강아지가 있다. 나이는 5세. 견종은 시바와 진도의 믹스로 추정되는 여자아이다. 코트(털) 색깔은 연한 아이보리인데, 머리와 등 부분에는 검은색 속털이 있어 조금 더 진한 색을 띠고, 배 부분 하얀 털이 자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을 이룬다.
이 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만나는 사람 열에 아홉은 녀석의 미모에 감탄하는데, 그중 둘 정도는 대화를 걸어온다. 보통 물어보는 것은 견종이 무어냐는 것과 몇 살이냐는 질문이다. 견종은 대충 예상을 하는 것 같은데, 항상 나이는 예상을 빗나간다.(더 적게 보신다.) 녀석이 보통 이쁘고 동안인 게 아니라 그렇다.
저도 스스로 이쁜 줄을 알아서 그런 것인지, 성격은 참 예민하다. 강아지라기에는 너무 도도하고 까칠하다. 모르긴 몰라도 고양이의 영혼이 잘못 들어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2년가량 연구 관찰한 결과 92%의 높은 확률로 그러하다.)
몸과 영혼의 싱크가 맞지 않다는 작은 오류가 있긴 해도, 몸은 여전히 개과에 종속되어 있기에 유전자의 지배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해서 녀석에게도 애교 비슷한 것이 있다. 만나면 꼬리를 마구 흔들며 반겨주고, 얼굴을 침범벅으로 만들고 난 뒤, 아빠 다리로 앉으면 다리 사이 구멍에 얼굴을 넣고 털썩 누워버린다. (아마도 녀석이 할 수 있는 최대 애정표현이 아닐까 한다.)
지난주에는 견주의 사정으로 녀석을 본가에 맡겼다. 해서 나도 녀석과 만나지 못하고 한 주를 보냈더랬다. 한 주 정도야 긴 시간이 아니니까 크게 의식을 하고 지내진 않았는데, 이번 주가 되어 녀석을 만났을 때 알 게 된 것이 있다. 바로 강아지의 효능.
예전에 봤던 특이한 프로그램이 있다. 외국에서 소와 누워있는 프로그램인데, 소를 한 마리씩 정하고 들판에서 그냥 누워있는 것이 전부다. 왜 그런가 보니, 인간과 동물이 함께 몸을 맞대고 있으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서로에게 안정을 주기에 그 수요가 대단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녀석과 만나 몸을 맞대고 누워 있었더니, 그 옥신각신 뭐시긴가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온몸에 안정감이 퍼지며 근육이 스르르 풀려서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푸욱하고 나왔다. 녀석도 그러했던 것인지 따라서 한숨을 푸욱하고 쉬었다.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녀석에게 무언가를 받아왔다는 걸 실감했다. 커다란 소까지 갈 필요도 없다. 9kg 남짓 강아지 만으로도 이렇게나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 강아지의 효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