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신년 계획이 잘 지키고 계신지? 나도 신년을 맞아 운동을 시작했다. 1월 한 달 동안 '매일 헬스장 가기'라는 계획을 세웠는데, 아직까지는 잘 지켜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이란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왜일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계획을 세우던 당시에는 내가 초보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인듯하다.
애초에 '아침에 일어나 1시간 운동'이라는 극도로 효율적이고 콤팩트한 계획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어떤 운동을, 어느 강도로, 얼마나 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는 가정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계획을 세울 때에는 이런 객관화가 전혀 없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객관화가 잘 되는 인간이었다면... (더 말하면 스스로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될 것 같아 여기서 그만두기로.)
현재 나의 운동 방법은 이렇다. 기구를 하나 정한다. 그 앞에 앉아 유튜브로 운동 영상을 켜고, 광고를 보고,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 운동 설명을 듣고, 엇비슷한 모양으로 자세를 잡아 따라 해 보고, 감이 안 온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떤 날은 쓰읍하는 소리를 곁들이기도 하며) 다른 영상을 찾는다.
운동 시간이 이렇게나 늘어나버린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초보자라는 말은 비효율이란 단어와 동의어다. 기구 앞에서 헤매는 내 모습을 뭉쳐서 단어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이 지루한 과정을 5개의 각기 다른 기구 앞에서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원래 계획했던 시간을 훌쩍 지나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조금씩 더 서둘러보지만, 마음만 조급해질 뿐 결과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
여기에는 왕도가 없는 듯하다. 그냥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유일한 시간 단축의 길일 것이다. 해서 요즘에는 다음 날 해야 할 운동 영상을 전날 미리 찾아본다. 그래봐야 다음날이 되면 기구 앞에 앉아 전 날 봤던 영상을 다시 보고 있지만 말이다.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언젠가는 처음에 원했던 콤팩트한 계획이 실현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 회로를 돌려본다.
스포티한 근육질 체형에 젖은 머리를 털며 헬스장을 나와 시계를 보니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나 있음을 확인하곤 흡족한 미소를 짓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