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샤워 2년 차 리뷰
찬물로 샤워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외국의 유명 신경과학자의 영상을 보고 시작한 것인데, 찬물 샤워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에 그날로 당장 시작했다.
뭐가 어디에 좋았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뭐 아무튼 좋은 게 무지막지하게 나오니까 안 하면 손해라는 것이었다.
그래.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귀찮게 멀리 받으러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몸과 뇌에 좋은 데다가, 심지어 난방비도 아낄 수 있지 않은가. 나로서는 안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찬물 샤워. 처음에는 정말이지 투쟁 그 자체였다. 온도 조절 레버를 찬물 쪽으로 끝까지 돌린 다음 손에 물을 묻히고 팔부터 시작해 심장 근처까지 천천히 적신 뒤, 여러 차례 심호흡을 한 후에 찬물로 들어갔다. 그때마다 오두방정이란 오두방정은 다 떨었더랬다.
그런 시기를 거치며 찬물 샤워에도 나름의 레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초반 단계가 지나고 나면 (3개월 정도) 몸에 미리 물을 적시는 단계는 생략할 수 있고, 양팔과 다리를 먼저 찬물에 넣은 다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곧바로 찬물로 몸을 밀어 넣을 수 있게 된다.
1년 차가 됐을 때는 그 과정마저 생략하고, 짧은 심호흡을 한 다음 곧바로 등부터 밀어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찬물을 지긋이 맞으며 서 있을 레벨은 안 되기에 뱅글뱅글 몸을 돌려 한기를 중화해 가며 샤워한다.
그 시기도 다 지난 요즘에는 곧장 가슴부터 밀어 넣고 아주 천천히 방향을 바꿔가며 찬물을 음미하고 있다. 이렇게 샤워를 하다 보면, 가끔 너무 추운 날에는 살이 트기도 했었는데, 그마저도 적응이 된 것인지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박사가 말한, 찬물 샤워의 장점을 체감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사실 전혀 체감하지 않는다. 분명 처음에는 박사의 말에 설득되어 그런 효과를 얻기 위해 시작한 것이 맞는데, 어느 순간이 지나고부터 이런저런 이유는 사라지고 그냥 찬물 샤워를 한다는 행위만 남게 되었다. 나는 못 느끼지만 아무튼 좋은 호르몬이 나오고 있다고도 하고, 이제는 딱히 어렵지도 않으니 그냥 계속하는 것뿐이다.
이것과는 별개로 내가 느끼고 있는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건 영혼이 몸이 딱 붙어 있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종종 정신이 산만해지는데, 가령 밥을 차리러 부엌에 들어섰다가 냉장고만 열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일이 허다하다. 스스로 그렇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마다, 영혼이 몸에 살짝 걸친 채 밖으로 나와있는 기분이 드는데, 찬물 샤워를 하면 그랬던 영혼이 몸으로 쏘옥- 하고 들어와 정신이 번쩍 차려지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영혼과 몸을 딱 붙여놓은 다음 일상생활을 하면,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영혼이 제자리에 딱 들어왔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워낙 산만한 성격이라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진 않지만, 짧게나마 말짱한 정신으로 바닥에 발붙이고 서있다는 감각이 나에게는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뭐 아무튼 누군가 찬물 샤워를 왜 하고 있느냐 묻을 때면, 유명 신경과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그럴듯한 이유를 늘어놓지만,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느낀 감각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게 더 이상하다는 눈빛을 종종 받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