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카다미아 감성 모르면 나가라

감성에는 웃돈이 붙는다.

by 이일삼


중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마카다미아를 선물 받았다. 언뜻 보면 초콜릿처럼 보이는 고동색의 동그란 껍질 속에 밤처럼 생긴 작은 과실이 들어있는 있는 견과류인데, 그 중독성은 강아지 발바닥 냄새와도 비견될 정도로 굉장히 위험한 수준이다.


맛은 짭조름하면서도 달달한 게, 버터에 구운 땅콩 맛과 비슷한데, 맥주와 함께 먹으면 둘 중 하나가 동날 때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조합이 좋다. 식감도 상당히 재미있는데, 처음 씹을 때는 아주 적당한 경도로 바삭한 식감이 있고, 부서진 다음에는 이빨에 닿으면 녹는 크림처럼 아주 부드럽게 입안에 퍼진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겉껍질이 매우 단단한 탓에 동봉된 지렛대를 이용해야만 껍질을 깔 수 있고, 앞의 과정을 거쳐야 만 아주 조그마한 과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맛이 좋긴 하지만, 노동 강도 대비 수확량은 현격히 적다고 할 수 있겠다.


옆자리에 앉아서 마카다미아만 까주는 사람을 고용한다면 이렇다 할 문제가 없겠지만, 사람을 쓸 정도의 여유가 없는 나는 같은 사람은 직접 하나씩 까먹어야 한다. 그게 이만저만 귀찮은 것이 아니다.


마침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잘 먹고 있느냐고 친구가 물어왔다. 껍질까지 손질해서 팔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했더니, 뭘 모르는 놈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마카다미아는 껍질을 손질하는 과정까지 맛의 일부라나 뭐라나.


친구의 말에 따르면, 손질해서 판매되는 제품이 있긴 하지만, 껍질을 직접 까야하는, 이른바 ‘감성’까지 포함된 쪽을 사람들이 훨씬 선호한다고 했다.


동의하진 않지만 맞는 말이다. 요즘에는 불편이나 웃돈을 감수하더라도 감성 자체를 즐기려는 수요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냉삼이 있겠다. 냉동 고기가 도대체 왜 냉장 고기보다 비싸진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순 없지만, 그게 수요와 공급이고, 그게 시장 논리고, 그게 감성인기라. 이해하지 말고 외우면 많은 것이 편해진다.


마카다미아도 같은 맥락에서 껍질을 까지 않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사장만 노 났다.


감성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감성비에 포함된 부가 요금을 깎아주는 ‘감성비 디스카운트 제도’가 생기길 간절히 바라본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어쩌면 내가 좋아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