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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할 때 살걸.

요지부동의 은 값을 보며

by 이일삼


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 여파로 은 값도 내릴 줄을 모른다. 작년 초, 은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한 돈(37.5g)에 4,300원 남짓했던 은 값이, 6,700원 가까이 올랐다가 이제는 6,200원 선에서 작은 폭으로 오르고 내리는 중이다.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구입해서 쓰고 있는데, 이게 참 여러모로 불편하다. 무언가를 만들려고 할 때, 필요한 양을 가늠하는 것에 서투르기 때문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양이 모자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또 그 모자란 만큼을 사러 재료사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한 번 살 때 넉넉하게 사면 될 텐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사람 마음이 그런 것이다. 이미 4,300원에 샀던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한데, 어찌 감히 6,200원에 살 수 있단 말인가. 또, 큰맘 먹고 한꺼번에 구입했더니, 얼마 안 가 시세가 뚝 떨어지면 어떡하느냐 말이다. 겨우겨우 심리적 저항과 불합리함을 이겨내고서 은을 사더라도 마음속에는 찝찝함이 그득하다.


매일 시세표를 들여다보며 언제 내릴지만 오매불망 애태우며 기다리지만, 작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말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 은 값이 내릴 일은 전혀 없을 것 같다.


사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이 가장 쌀 때라는 것을. 5,000원이 되었을 때도, 5,500원이 되었을 때도 '조금만 기다리면 내릴 거야.'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졌을 때야말로 은이 가장 저렴했던 시기였다. 지금도 망설이기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 '조금만 더 내리면 사야지.'라는 굴레에 빠져, 앞으로도 오를 일만 남은 은을 제때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얼마 안 가서 이 글을 쓸 때 살걸. 하는 후회를 할 게 뻔하지만, 오늘도 재료사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다가 돌아갈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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