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복에는 무게 욕심을 내지 말 것.

벤치 프레스의 교훈

by 이일삼


벤치 프레스에 깔렸다. 무게는 60kg. 1회를 성공하고 2회를 시도하려는데 도무지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바벨을 가슴에 내리고 그대로 배까지 굴려서 상체를 일으켰다. 보통은 한쪽씩 기울여서 원판을 먼저 빼는 식으로 탈출한다고 하는데, 깔려본 경험이 없어서 당시에는 그런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다.(나중에 유튜브로 알게 되었다.)


이른 시간이라 헬스장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깔렸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무거운 무게가 아니어서 다치지 않은 것이지, 사실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바벨에서 빠져나온 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한 대미지를 입었음을 느꼈다.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무게도 아니었거니와, (지난 주말 가슴 운동 때에는 같은 무게로 5회가 가능했다.) 벤치에 깔릴 수도 있다는 상황 자체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남은 운동이 많았지만, 뭐랄까. 어서 빨리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마무리하고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실패에 대한 회피성 심리가 아니었을까 한다.


하루 종일 벤치 프레스에서의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상황 자체가 어딘가 납득이 안 됐다고 할까. 근육이라는 것은 응당 찢어지고 붙으며 성장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지난 주말에 운동을 하며 성장했을 것이 분명한 가슴 근육이, 왜 오늘은 그보다 훨씬 부진한 결과를 내는 것인지가 모두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지하철을 타면서, 화장실을 가면서, 작업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도 '아니 근데 왜?'로 시작하는 질문이 이전의 상황을 불쑥 찢으며 튀어나왔다. 그렇게 지난 주말과 오늘을 두고 무엇이 달랐는지를 계속 비교해 보면서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그건 아마도 탄수화물의 부재이지 않을까. 지난 주말에는 푸드 파이팅에 가까운 점심을 먹고 운동을 했고(짜장면, 짬뽕, 피자, 햄버거를 한 끼에 다 먹었다.), 오늘은 새벽에 공복으로 운동을 했다는 것. 끌어다 쓸 에너지원이 없으니 당연히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직 초보자라 여러 부분에서 객관화가 부족함을 느낀다. 공복에는 무게 욕심을 내지 말 것. 뼈아픈 교훈 하나를 얻은 하루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0화라고 말할 때 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