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우리의 오랜 친구
달이 우리에게서 매년 3.8센티미터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람의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하니, 문득 달과 우리의 관계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지구는 끊임없이 자전하고, 달은 묵묵히 공전하며 우리에게 만유인력을 선물합니다. 이 아름다운 우주의 춤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바로 바다의 조수 간만이고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물이 달의 영향으로 오르내리는 거죠.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달이 끌어당기는 힘이 지구의 자전에 마찰력으로 작용하여 브레이크를 겁니다. 지구의 자전이 조금씩 느려지는 거죠. 물리학의 법칙에 따르면 지구와 달의 총운동량은 일정해야 하기에,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면서 달의 공전 운동량은 증가하게 됩니다. 원심력이 커진 달은 조금씩 지구를 떠나고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뭐?"라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달이 멀어진다는 사실이 왠지 서글퍼지는 건, 달이 우리 삶의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 지켜봐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친구들과 왁자지껄 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맹세했던 그 밤에도,
터질 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와이프와 첫 키스를 나눴던 그 밤에도,
아이의 따뜻한 손을 잡고 별을 세었던 그 밤에도,
달은 항상 그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조금 느낌이 오시쥬?
이백이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읊었던 당시보다 달은 약 50미터나 멀어졌습니다. 제가 태어난 이후로도 성인 키만큼이나 거리가 벌어졌죠. 앞으로 달은 점점 더 작게 보이겠네요.
"그럼 달은 언젠가 지구를 완전히 벗어나는 건가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그렇게 되기 전에 적색거성이 된 태양이 지구고 뭐고 다 집어삼킬 거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그건 약 50억 년 후의 이야기니까, 지금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오늘 밤, 창밖의 달을 바라볼 때면, 그 은은한 빛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밤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우리의 오랜 친구니까요.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