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있는 동안 저는 최선을 다해 신나게 스텝을 밟을 계획입니다
경영기획 일을 10년 넘게 했습니다. 정말 길고도 긴 시간이었어요.
계획 세우고, 손익 관리하고, 보고서 쓰고… 일과가 쳇바퀴처럼 돌아왔습니다. 당연히 재미있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래 하다 보니 능숙해졌는데, 그 능숙함이 때로는 족쇄처럼 느껴지더군요.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매너리즘 때문이었겠죠. 불현듯 ‘내 삶에 뭔가 새로운 도구를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몇 년 전 이직을 통해 해외영업으로 직무를 전환했습니다. 좋은 제안이 와서 덥석 잡을 수 있었어요. 바이어들과 직접 부딪치는 현장 경험이, 분명 나의 새로운 자산이 될 거라 믿었고요. 해외 출장 자주 다니는 다이내믹하고 폼 나는 직장 생활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이직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비행기가 아예 뜨질 않더라고요.
해외 출장 딱 한 번 다녀온 후, 제 일과는 이메일과 계약서에 파묻혔습니다. 물론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경험이었지만, 거친 필드에서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며 협상력을 기르고 싶었던 제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기대했던 것과 현저히 다른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비록 책상 위 해외영업이었지만, 다행히 제 시야는 넓어졌어요. 거래처와의 미묘한 줄다리기,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문제를 사업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법 같은 새로운 배움이 있었거든요. 출장 몇 번 더 못 간 게 무척 아쉽긴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기획이랑 비슷한 분야로 돌아왔어요.)
회사는 참 흥미로운 곳이에요.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찾아보면, 그 안에서도 나를 성장시킬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사업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있고, 회사라는 체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계획성과 근면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투입하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고요.
또 회사는 다양한 자원을 지원해 준다고 생각해요. 컴퓨터, 복합기, 사무용품 같은 것도 공짜로 제공하잖아요. 운이 좋으면 괜찮은 동료를 만나 평생 친구로 발전하기도 하고요.
직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력은 나의 문제 해결력이 되고, 계획적이고 부지런한 태도는 어떤 일을 하든 소중한 경쟁력이 됩니다. 벌어둔 돈은 나중에 사업이나 투자를 위한 시드가 될 수도 있고요. 회사에서 맺은 인연이 내 삶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진심을 다해 임하면 그 모든 게 결국 내 안에 쌓이고, 언젠가 어디서든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기회와 자원의 보고인 회사가 고맙습니다.
하지만 직장과 나의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잖아요. 이별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있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장이 단순히 내 시간을 가져가는 곳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내가 내 가능성을 시험하고, 새로운 문을 열어볼 수 있는 무대잖아요. 무대 위에 있는 동안, 저는 최선을 다해 신나게 스텝을 밟을 계획입니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