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사상가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꼰대는 ‘자기 말만 옳다고 하며,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들 하죠.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적어도 제 입장에선요.)
하지만 가끔 저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대화를 할 때마다 한 번쯤 제 말투와 태도를 돌아보려고 노력합니다.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친구들이랑 오마카세 가려구요.”
“아, 그래서 휴가를 낸 거야?”
후배가 평일에 오마카세 런치를 먹으러 휴가를 냈다고 하더군요. 직장 생활 5년 차, 그때 막 서른이 된 그 친구는 씀씀이가 컸어요.
그전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응? 핸드폰 또 바꿨어?”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이에요. 아이폰이 드디어 C타입으로 바뀌었다구요!”
“풉, 그런데 전에 꺼 1년도 안 됐잖아?!”
또 어떤 날엔, 후배 옆에 택배 상자가 잔뜩 쌓여 있더라고요.
“이건 뭐야? 왜 이렇게 많아?”
“월급날이라서 이것저것 샀어요, 헤헷.”
이쯤 되니 걱정이 쌓일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차에 오마카세 이야기까지 나오니까, 결국 참지 못하고 물어봤습니다.
“너, 저축은 하고 있어? 빚 있는 건 아니지?”
후배는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오오,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건가요?”
“…오 마이…”
사실 후배는 늘 “월급이 적다”고 하면서도 “경험 소비가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 말에 저의 잔소리 모드가 켜졌고, 종종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너 생각보다 오래 산다.”
“나중에 정말 힘들어진다.”
“이러이러하게 살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가끔 ‘이건 정말 꼰대 같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아끼는 누군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가끔은 불편한 얘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일도 많지만, 어떤 건 너무 명백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때가 있잖아요.
사실, 우리는 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습니다. “채소를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 같은 거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그 말은 진리입니다.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말은 간과하기 쉽지만, 그 안에 진짜 중요한 가르침이 숨어 있어요.
꼰대와 사상가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거겠죠. 언행일치하는 삶을 살면서, 상대를 존중하며 세련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꼰대가 아니라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지혜를 가진 어른, 삶을 통해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잔소리 대신 따듯한 충고를 전하는 사람 말이에요. 딱딱한 꼰대가 되지 않도록 말랑한 마음으로 계속 배우면서 살겠습니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