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걸작은 뜻밖의 조합에서 탄생한다
걸작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조합에서 탄생한다.
이것은 예술에도, 삶에도,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2019년, 뉴욕 맨해튼.
투어 버스에 앉아 프랭크 시나트라의 New York, New York을 들으며
“아, 내가 드디어 세계 최고의 도시에 왔구나!” 하고 감격에 젖어 있었다.
늘 가슴 한 켠에 품고 있던 나의 로망, 뉴욕!
그때는 몰랐다.
그날 나를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을 게 자유의 여신상도, 타임스퀘어도 아닌
와플 한 조각이 될 줄은.
버스는 내가 묵었던 숙소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가이드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이죠? Wafels & Dinges.
저기서 메이플 베이컨 와플 한 번 드셔 보세요.
와플에 바삭한 베이컨이 올라가고, 메이플 시럽이 촤악—!
이상한 조합 같지만, 먹어 보면 기가 막혀요.”
(대충 이런 얘기였을 거다.)
순간 내 안의 두 명의 내가 가벼운 논쟁을 벌였다.
‘와플에 베이컨을 올린다고? 웩, 별론데…?’
하지만 호기심 많은 내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궁금하잖아! 한 번쯤은 도전해 봐야지!’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당당하게 그 와플을 주문했다.
가격은 조금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뉴욕 이즈 뭔들)
이왕 먹는 거 제대로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시럽을 한껏 부었다.
따듯한 와플 위에 바삭한 베이컨,
그리고 그 위를 황금빛으로 코팅한 메이플 시럽.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내 머릿속에서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단짠단짠의 폭격!
이건 그냥 맛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한 조각 한 조각 먹을 때마다 내 세포들이 춤을 췄다.
입안에서 열리는 뉴욕 재즈 페스티벌!
메이플 시럽의 달콤함이 혀끝을 감싸는 순간,
바삭한 베이컨이 예상치 못한 리듬을 더했다.
단순한 조화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맛이었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종종 특별 간식으로 만들어주신 핫케이크.
엄마는 따뜻한 핫케이크 위에 마가린을 얹고
― 엄마는 버터가 몸에 안 좋다고 하셨다. ―
쭉쭉 늘어나는 꿀을 한 바퀴 돌려 부었다.
그리고 옆에는 계란프라이 한 장.
달콤한 시럽과 짭조름한 계란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그때도 나는, ‘좀 이상한데 맛있네?’ 하며 감탄했었다.
뉴욕에서 내 앞에 놓인 와플도, 비슷한 감동을 끌어냈다.
우리는 종종 익숙한 것들 안에서만 조합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진짜 걸작은 뜻밖의 조합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그런 조합을 시도해 보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날 내가 가이드를 믿지 않았더라면,
그 황홀한 와플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그립다)
인생도 그렇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조합, 예상치 못한 만남,
그런 것들 속에서 우리는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발견하곤 한다.
우리가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익숙한 것이 안전하고, 새로운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넘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점심은?
아무래도 평범한 메뉴는 피해야겠다.
걸작 같은 순간은
처음 먹어 보는 메뉴를 시도하는 모험 속에서도 빛나고 있을 테니까.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