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간의 온도

오늘도 나의 시간을 조금 더 훈훈하게 만들어가려 한다

by 이열 Mar 10. 2025

점심을 먹고 회사 근처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중이었다. 그날따라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레몬차를 앞에 두고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문득 주말에 뭐 하고 지내는지 이야기가 나왔다. 따끈한 차를 홀짝거리며 귀를 기울였다.


"아, 전 그냥 집에서 밀린 집안일하고 그래요."

"저는 잠만 자요. 평일에 너무 피곤해서..."

"전 유튜브 보다가 하루가 다 가네요. 요즘 재밌는 채널 많더라고요."


각자의 일상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도 한 마디 거들었다. 겨울이라 못하고 있지만 다른 계절엔 캠핑을 다닌다고.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별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다들 관심 어린 눈빛으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밋밋했던 대화가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


"어디 어디 가보셨어요?"

"텐트는 어떤 걸로 쓰세요?"

"혹시 캠핑카도 있으세요?" (그럴 리가)

"저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장비 사는 게 부담스러워서..."


한동안 캠핑 이야기로 시간이 흘렀다. 나의 캠핑 입문기, 초보자를 위한 장비 추천, 특별히 좋았던 캠핑장까지.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갔다.


퇴근길, 하루를 곱씹던 중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시간의 온도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누군가에겐 서늘하게 가라앉은 시간이, 다른 이에겐 후끈하게 부산스러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마치 레몬차처럼, 같은 음료라도 누군가는 식은 후에 먹고 누군가는 뜨거울 때 먹는 것처럼 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퇴근 후의 시간을 그저 식어가게 두었었다. TV 리모컨을 들었다 놨다 하며 무의미하게 채널을 돌리거나,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 어느새 잠들어버리곤 했다. 주말이면 게임을 하고, 드라마를 몰아 보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독서, 글쓰기, 운동, 캠핑...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더 뜨거워졌다. 평일 저녁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주말이면 캠핑장에서 화롯불을 피우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시간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들 사이에서 온도 차가 느껴졌다.


물론 각자의 시간은 각자의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온도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가능한 따듯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여정 중에 때로는 쉼표가 필요한 시간도 있고, 천천히 데워야 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매 순간 나의 행복에 충실하면 된다.


나는 나와 비슷하거나 더 뜨거운 사람을 곁에 두고, 오랫동안 열기를 유지하고 싶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나의 시간을 조금 더 훈훈하게 만들어가려 한다. 수그러드는 화롯불에 마른 장작을 던져 넣듯이.




사진 : pixabay

이전 18화 칭찬이라는 이름의 난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