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상추 농사만 잘해도 한 해 건강은 보장할 수 있다. 작년엔 텃밭에 온통 상추가 그득했다. 부지런히 뜯어다 상추쌈, 상추 샐러드며 상추 스무디, 상추 겉절이, 상추 비빔밥 해서 얼마나 푸짐하게 잘 먹었는지 모른다.
올해 상추 씨를 사다 심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상추 모종을 가져다주었다. 그게 3주가 넘었다. 그간 눈이 오고 날씨가 추워서 집안에만 두었더니 야리야리한 게 떡잎이 지기 시작하였다.
2월로 접어들자 이곳 달라스 날씨는 아주 맑고 따뜻해졌다. 상추를 텃밭에 내다 심었다. 미리 밑거름도 좀 주고 했어야 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그냥 생각한 김에 땅만 뒤집어엎은 후 몇 포기씩 함께 심어 놓았다. 일단 심어 놓고 죽지만 않으면 다음 주에라도 거름 사다가 옆에 넣어 주어야겠다.
사실 이 상추 모종은 작년에 내가 나눠준 상추 모종 가져간 친구의 상추 씨앗에서 나온 싹이다. 내가 준 것을 잘 키운 그 친구가 상추 씨앗을 밭에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단다. 그게 싹이 많이 났다며 가져다준 것이다. 재작년에 나는 늦가을부터 밭에 밑거름을 하고 난 후 씨를 뿌렸다. 잊어버린 척 얼마를 내버려 두면 싹이 뾰족뾰족 올라온다. 겨울 동안 자라며 죽사리치기도 몇 번 하다가 봄에 겨우 살아남으면 잘 자라게 된다. 상추 싹이 많이 나서 친구한테 나눠 주었던 것인데 올해 내게 되돌아온 셈이다. 날씨가 더 이상 영하로 안 내려가길 바라며 물도 자주 주고 잘 키워 내야겠다.
상추는 너무 흔해서 효능을 과소평가하기 쉬운 식재료다. 그러나 상추는 이뇨작용과 독소배출을 도와주고 노화 예방과 뼈 건강에도 좋고 수면을 도와주는 약초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내가 너무 소홀하게 방치하다시피 한 상추 모종을 텃밭에 옮겨 심어 놓긴 했다. 이제는 밖에서 햇볕도 제대로 받고 땅에 뿌리 내려서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이나 잊지 말고 잘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