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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증언 02화

경포호

by SAndCactus

공고:

철새를 찾습니다 종은 상관없습니다 다만

아주 지쳐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뻑뻑한 날개짓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몸의 무게도 감당하기 힘들어

날개짓 한 번에 추락 한 번을 같이했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삶의 쓴맛을 좀 아는 철새 말입니다

작년에는 호수였던 것이 올해는 매립지 분수 쓰레기장으로

변해서 쉴 곳을 놓친 그것도 적어도 다섯 번은 놓친 철새여야 합니다


아내를 잃고 자식을 잃은 철새면 더 훌륭합니다

아예 자살할 생각을 가졌더라도 좋을 겁니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따위는 몰라도 괜찮습니다

다 배우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먹을 줄 알아야 합니다

회식이 잦거든요


철새를 찾습니다 종은 상관없습니다 다만

내 지친 삶을 양도받을 철새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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