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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이제는 얘기 거의 안 해요.

by 잰걸음

자폐 중증 판정이 난 후 벌써 2년 넘게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 하선이는 '음~ 음~' 밖에 못하던 아이에서

지금은 너무나 수다쟁이인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새 언어평가도 첫 번째 결과 대비 1년 이상 갭이 줄었고

K-CARS 중증에서 경증과 중증 사이로 떨어졌습니다.


수치적인 차이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짜 친구'들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이전 유치원에서는 늘 받았던 피드백이 너무 어른들이랑만 소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은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다 보니

나중에는 의기소침해지고 유치원 자체도 안 좋아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아이가 집에서 유치원 친구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가 매일매일 친구들 얘기를 합니다.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보면

가족이나 연인이 떠오르는 것처럼

'누구랑 같이 하자'라는 얘기를 수없이 얘기합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만의 짝사랑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우리 하선이를 좋아하는 것이 보입니다.

물론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양보해주기도 하고 먼저 챙겨주기도 하거든요.

정말 아이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친구들 대비 느리지만

저는 인지보다 사회성이 더 걱정이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폐의 가장 큰 문제인 사회성이 어느 정도 좋아지는 것을 보니까

정말 최근에는 '자폐'라는 말 자체를 별로 안 쓴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그동안 자폐 치료에 함몰되었던 저도

이제 다른 일들에 신경을 조금씩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제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회사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저의 최우선 순위는 아이이기에

언제든지 일이 생겼을 때 달려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와 하선이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저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힘과 소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계속 저희는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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