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says...
그렇게 힘들게 기적처럼 들어갔던 두산.
남편은 두산을 박차고 난데없이 한의대 편입 준비를 시작한다.
공부랑은 담쌓은 양반이 웬 입시생?
그것도 그렇게 가기 힘들다는 한의대?
안정적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한의대 편입을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어?
Husband says...
우리 아빠는 소아과의사이신데 워낙 공부를 하기 좋아하신 데다가 아이들의 인구가 줄어드니까 내과, 이비인후과 등 다른 과 공부도 열심히 하셨어. 그러다가 구당 김남수라고 침뜸으로 유명한 사람이 본인의 비방을 알려준다고 하니까 아빠가 호기심이 들었나 봐. 당시 아빠처럼 서양의학 전공의 몇 명이 같이 배웠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계신 분은 아빠 밖에 없을 거야. 아빠는 침뜸의 원리를 해부학과 연결하셔서 유난히 치료 효과가 좋았어. 그래서 교회에서 봉사 활동이나 가족들이나 친척분들을 꾸준히 치료하셨지.
그때 나도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몇 년간 같이 봉사하러 다녔어.
의료선교로 중국에도 따라가서 아빠를 보조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침 맞고 많이 좋아지는 걸 눈으로 보니까 정말 보람 있더라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는 취미는 없었지만 우리 부모님은 내가 의료계에서 일하기를 계속 바라셨지. 일반 의대는 내 공부 실력으로는 터무니없고 사실 한의대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빠랑 함께 봉사했던 기억 때문인지 나도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더라고.
그러다가 사실 너가 불을 댕겨줬지.
너 일본 출장 갈 때 내가 한번 따라갔었지. 너가 그러더라고.
"회사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열심히 벌 때 한번 도전해봐."
그래서 계속 기도를 했지.
기회가 되면 주변 분들에게 기도도 받고.
그러면서 나름 응답을 받았다고 생각했어.
나는 미국유학, IBM, 두산 모두 인간적인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기적으로 가능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내가 믿는 하나님이 가라고 하면 갈 마음이 있었지.
그즈음, 예배를 보는데 마치 하나님과 대화하듯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어.
"이 모든 것들이 너의 능력이냐"
"아니요.."
"그럼 내려놔라"
사실 이때 나는 두산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개발 전공자가 아니라 여러 한계점을 느끼고 있던 터라 CJ 쪽으로 이직 준비하고 있었어. 면접도 보고 입사 일자까지 다 결정된 상태였지. 그때 CJ가 새로운 사업부를 발족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보면 내가 원년 멤버가 돼서 제대로 프로젝트의 선두에 서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
그래서 엄청 고민이 되었어. CJ 쪽 업무가 너무 하고 싶었는지 정말 단 하루라도 근무를 해보고 싶었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난 어쨌든 하나님 없이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음을 알기에 내 마음에 꽂힌 말씀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지.. 하나님, 부모님 그리고 심지어 와이프까지 모두 같은 목소리라 결국 내려놨어.
CJ 쪽에도 이직 안 하겠다고 얘기하고
두산에도 그만두겠다고 얘기하는데
담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렵더라고.
또다시 광야 생활이 시작되나 싶기도 하고
게다가 공부는... 진짜 자신 없는데 말이야.
Wife thinks...
처음에 남편이 침뜸을 했다고 하길래 뭔 소린가 싶었는데 나도 갑자기 배나 머리가 아플 때 남편의 손맛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했다고 하고 침뜸 놓을 때 진지한 모습을 계속 지켜보다가 지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예전에 아이티 대지진이 났을 때 나도 의사가 돼서 저 귀한 생명들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 말고 남편을 통해서 이루어지나... 싶은 마음, 나나 남편이나 직장은 다니지만 언제까지 다닐지도 모른다는 마음 등이 버무려져서 큰 고민은 없었다.
2~3년 안에 붙기를 바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