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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마요새우

소스의 실종

by 급식이모 Feb 22. 2025

글감의 시작은 항상 사건으로 발생된다. 이 날은 크림마요소스가 실종되었다. 

본래의 메뉴는 냉동 깐쇼새우를 튀긴 후 완제 크림마요소스를 섞는 간단한 조리 과정이었다.

식자재 납품업체와 소스 제조 업체 사이에서 소통의 오류가 있던 것이 원인이었다. 

8시 40분. 검수가 끝난 후 크림마요소스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마요네즈류의 소스들은 유통기한이 짧아 - 길게는 5일 - 당일에 구매하는 것이 어렵다.

대체 제품을 찾기 위해서 실수를 한 업체와 통화를 하였지만, 대안으로 내놓으신 것은 갈릭마요소스, 샤워크림소스였고, 내가 원하는 제품이 없었다.


안되겠다. 수제로 만들기로 했다. 이 때부터 또 한번의 긴박감이 주방에 돌았다.

식자재 창고안에 다행히도 누워있던 3k짜리 마요네즈파우치들, 냉장고 안의 연유, 당일 들어온 레몬 3k.

업체가 재고로 가지고 있던 요거트 드레싱, 레몬즙,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연유, 마요네즈를 구매해서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물건이 오기 전까지 소스의 비율을 검색했다. 영양사들의 사이트인 영양사도우미 안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추가로 네이버 블로그까지. 10가지의 글을 비교해 소스 비율을 찾았다.


10시 30분. 소스를 탄생시킬 재료들이 모두 모였다. 이 때는 침착함을 불러왔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요거트드레싱, 마요네즈, 레몬즙을 우선 섞었다. 어딘가 부족한 맛. 단맛과 레몬 맛이 덜 했다.

고명으로 올리려던 레몬을 모두 투하시켰고, 단맛은 설탕과 사이다로 추가했다.

내 팔 두개만한 스탠 대야안의 소스를 옆에서 여사님이 열심히 거품기로 저으셨다. 

검식 스푼으로 한입 먹는 순간. 성공이다. 내가 원하던 레몬의 상큼한 맛과 크림맛이 어우러졌다.

바삭하게 잘 튀겨진 깐쇼새우에 직접만든 소스를 버무리니 뿌듯함이 더해진다. 


덕분에 나의 레시피가 만들어졌다. 1000명 기준. 요거트 드레싱(꾸덕해야함) 10K, 마요네즈5K, 생레몬3K, 레몬즙2통, 사이다1개, 설탕, 맛술. 저장이다.


완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1200명이나 되는 우리학교 인원에 조리 과정의 단축을 위함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업무의 열정이 사그러들고 있는 나에게 다시금 바람을 불어 촛불의 크기를 키우게 해준다.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덕분에 소스를 제조하는 날도 있다. 앞 글의 로제 떡볶이 처럼말이다.


업체 사장님에게도 배식이 완료된 후 잘 마무리 되었다고 연락을 했다. 죄송해하시면서 사진을 보시고는 완제와 다름없다며 감탄을 하신다. 이렇게 평범하게 지나갈 날이 실종된 소스 덕분에 기억에 남을 날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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