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프롤로그, 부적응

by 이탁

세상은 왜 이렇게 못돼먹었을까?


매일 불편한 고뇌에 잠긴다. 몸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떨쳐내기 위해.


벌레는 불현듯 나타난다. 허무와 분노를 마주할 때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로 인해, 갑자기 더듬이를 내민다. 원체 화가 나기 쉬운 세상이니, 익숙하다. 하지만 여전히 까끌거린다.


날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라보는 저 사람과, 신종 사기 수법을 경고하는 유튜브 숏츠, 청년들을 착취하며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를 볼 때마다 되뇐다. '뭐가 좋은 세상이고, 뭐가 기쁜 삶일까?'


여러 번 고민했지만, 언제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또 제자리걸음. 아, 정정하자. 끝없는 고민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의심의 눈초리가 세상에서 나로 향했다.


내 눈동자 속에 비친 나는, 누구보다 모순적이었다. 덤덤한 척하면서, 항상 불평불만에 차 있다. 그런 주제에 외칠 용기는 한 톨도 없다. 벌레를 떨쳐낼 기운도 없다. 그저 속으로 분풀이할 뿐.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다.


'내가 억지로 세상을 증오하는 걸까, 아니면 세상이 미운 게 당연한 걸까?' 정답이 뭔지 헷갈린다. 둘 다 뒤틀려 있으니, 선택하기 난해하다. 그러나, 사실 어느 쪽이 쉬운지는 안다. 세상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이상한 놈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역시, 그냥 내가 벌레인 걸로 퉁치자. 그게 훨씬 편한 길일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못돼먹었을까? 대상을 바꾸어, 다시 되물어본다.


그래도, 벌레 나름의 삶이 있다는 건, 위안이 된다. 그리고, 그런 내 일생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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