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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후 귀여움 폭발! 시루의 미용 일기

by 조정미 Mar 04. 2025

우리 집 반려견 시루의 미용 주기는 여름에는 한 달, 겨울에는 두 달이다. 여름에는 털이 너무 길어지면 덥고 답답할 테니 짧게 다듬어주고, 겨울에는 조금 더 길러 보온을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이 미용 주기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미용 주기가 돌아올 때쯤이면 시루는 말티즈가 아니라 목장에서 양을 지키는 양치기 개처럼 변한다. 물론 그 모습도 나름 귀엽지만, 미용을 하고 딱 1~2주 지났을 때가 진짜 시루의 견생샷 찍기 좋은 순간이다. 털이 적당히 자리 잡아서 폭신하고 깔끔한데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털이 제멋대로 자라 버린다.     


사실 강아지 미옹은 단순히 예뻐 보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시루처럼 흰털을 가진 말티즈들은 눈물 자국이 생겨 털을 정리하지 않으면 냄새도 나고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미용은 필수다. 그래서 나는 정기적으로 미용 주기가 되면 애견 미용실에 예약을 하고 관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획이 꼬여버렸다.   

   

평소 다니던 애견 미용실에 예약을 해뒀는데 갑자기 치주염 수술을 받게 되는 바람에 미용이 계속 미뤄지게 된 것이다. 수술 직후에는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미용을 미뤘고 그러다 보니 무려 3달 반이 지나서야 미용을 하게 되었다.           


털이 자라면서 점점 강아지가 아닌 작은 양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수의사님의 미용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후 병원 내에 있는 애견 미용실에서 미용을 하기로 했다. 미용실에 시루를 맡기는 순간부터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수술 이후 시루가 분리불안이 심해져서 우리와 떨어지기만 하면 발버둥을 치고 애타게 짖어댔기 때문이다. 오늘도 역시나...     


시루는 필사적으로 문 앞에서 버티며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 엄마, 나 버리고 가는 거 아니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짖어대는 시루를 안아서 미용사님 손에 건네고 미용실 밖으로 나왔다. 문 밖까지 들리는 시루의 우렁차게 짖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나오면서 계속 마음이 쓰였다. 새로운 미용사님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혹시라도 미용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것은 아닌지?     


시루가 미용을 하는 한 시간 반정도를 남편과 나는 집이 아닌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렸다. 커피와 빵을 먹으면서도 우리의 대화 주제는 시루였다. 남편은 시루가 미용을 잘해 낼 거라고 나를 달랬지만, 나는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며 미용이 끝나서 시루를 데리러 오라는 연락을 기다렸다.      


드디어 미용이 끝났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고 귀여운 시루가 쏜살같이 뛰어나왔다.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어대며 내게 빨리 나가자고 보채는 시루의 모습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미용 전에는 털이 수북해서 덩치가 큰 강아지처럼 보였는데 미용 후에는 반으로 줄어든 꼬마 강아지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귀랑 피부 상태도 아주 좋네요!' 미용사님의 말을 들으니 더욱 기분이 좋았고 미용을 잘 끝낸 시루에게 칭찬 간식을 주고 밖으로 나왔다. 

     

남편과 나는 미용 스트레스를 풀어주자는 생각으로 잠시 산책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루는 신이 나서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익숙한 산책 코스를 마치 자기가 안내라도 하겠다는 듯이 앞장서서 걸었다. 걱정했던 미용 스트레스는 전혀 없어 보였고 오히려 미용을 하고 나니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진 것 같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집에 돌아와 시루를 품에 안고 쓰다듬었는데 보송보송하고 털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가 기분 좋았다. 내 무릎 위에 안아 있던 시루는 미용과 산책을 마치고 피곤했던지 어느새 편안하게 잠들었다.   

   

여자들도 미용실에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지듯, 강아지들도 미용을 하고 나면 기분 전환이 되는 걸까? 많은 애견인들이 셀프 미용을 하는데 손재주가 없어 매 번 애견 미용실에 맡기지만 이렇게 사랑스럽게 변한 시루를 보니 미용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루야, 다음 미용 때도 우리 예쁘게 변신하자!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네가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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