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인가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미운 우리 새끼”에서 초청 게스트인 박명수 씨가 고정 출연 중인 어머니들과의 대화 내용이다.
아들 셋을 둔 박수홍 어머니가 딸이 부러워 문득문득 딸이 있었으면 하고 말하자, 옆에 있던 서장훈 씨가 며느리 같은 딸은 어떠냐고 하자. 수홍 어머니는 며느리가 딸 같아 며느리를 죽으라고 따라다닌다고 했다.
이때 박명수 씨가 단호하게 딸 같은 며느리를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며느리가 싫어한다고 하자, 옆에 있던 다른 어머니들이 한결같이 딸 같은 며느리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박명수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 건 없다고 하자, 김건모 어머니가 어른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야지 하고 얼굴을 붉히며 분위기가 냉해진 적이 있었다.
방송 후 댓글 창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어났다. 전체적인 내용은 딸 같은 며느리는 없다는 것이다.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윗사람이니까 편하시고 딸 같은 거지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가 친엄마 같기가 쉽지 않죠. 특히 저렇게 어른한테 토 달지 말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면 더 엄마 같지 않을걸요”
“진짜 딸 같이 지내고 싶은 게 아니라 효도받고 말동무해주는 것만 필요한 거겠죠”
“어른 말에 토 달지 말란 말 숨이 턱 막히네요. 난 울 엄마 말고 엄마 없는데요”
“제가 울 엄마한테 하는 거 고대로 보여드려요?
엄마 내 옷 빨았어? 아 그거 내일 입으려고 꺼내 둔 건데 왜 빨았어! 짜증 나 이 씨, 아 엄마 반찬이 너무 성의가 없네, 주부 건달이세요? 주부 계의 양아치세요? 엄마 제발 전화 좀 빨리 받아 아니 전화 엿 바꿔먹었어? 그럴 거면 왜 들고 다녀 차라리 없애!”
“진짜 꼰대 어른들은 맞는 말 하면 대들지 마라, 토 달지 마라 꼭 입막음하는 듯 딸 같은 며느리보단 본인 장단 맞춰줄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진짜 완전 팩트임. 어떻게 딸 같은 며느리가 있음, 집에서 하는 그대로 하는 거 다 받아줄 시어머니가 세상에 어디 있음. 그게 누구든 내 자식의 어머니니까 가능한 거임”
우리가 흔히 베푸는 입장에 서다 보면 미우새의 어머니 입장이 되어서 내가 잘하면 비록 며느리이지만 친 딸과 같이 아끼고 서로 도우면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사위도 똑같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받는 입장에서 보면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아무리 시어머니가 진짜 딸처럼 잘해준다고 하지만 이릴 때 어리광도 부리고 투정도 다 받아줬던 친정어머니하고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편안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정은 비교적 갖은 자의 주는 정, 자기 주도적 능동적인 내리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이것을 받는 수동적 입장에 있는 사람은 좋을 수도 또는 경우에 따라 오히려 받는 것 자체가 싫을 수도 있다.
똑같은 여자의 내리사랑이지만 어머니로부터 받아온 아가페적 무조건적인 사랑과 자기 주도적 능동적 내리사랑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며느리와 사위 입장에서의 사랑은 성장할 때 엄마에게서 누렸던 평안함과 엄마 품이 그리운 향수 같은 정을 시어머니와 장모로부터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편안함의 정도가 엄청난 차이가 있고 결코 대신할 수가 없다. 시어머니 입장에서의 딸 같은 며느리를 원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의 어머니 같은 시어머니는 될 수 없다.시어머니에게는 철부지 어릴 때 엄마에게 어리광부리던 향수 같은 그런 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코 어머니 같은 시어머니, 어머니 같은 장모가 될 수 없습니다.
결혼을 통하여 집안의 어른으로서 내가 베풀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자기 주도적 일방적 내리사랑이 아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수용 가능한 내리사랑으로 가까우면서도 적당한 거리 둔 상호 호환이 가능한 상방 간 사랑으로 이어지면 오히려 더 건강한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