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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한 조각

by 박율

사랑이란 건

마치 피자 한 조각 같아서


한입 베어 물면

뜨거운 치즈가 늘어지고

손끝엔 기름이 묻어나지


처음엔 달콤한 토마토 소스에

사로잡혔다가

끝에는 퍽퍽한 도우만 남는 걸 알면서도

우린 또 한 조각을 집어 들지


때론 취향이 달라서

누군가는 올리브를 골라내고

누군가는 페퍼로니를 덜어내지만

결국 같은 박스 안에서

같은 온도로 데워지는 게 우리


식어버린 조각을 바라보며

다시 데워 먹을까, 그냥 버릴까

고민하는 밤도 있었지만


결국 사랑이란

완벽한 한 판이 아니라

그저, 각자에게 남겨진

한 조각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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