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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 문장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페이지에서 태어나
각자의 문단을 살고 있었으니까.
누군가 부주의하게 종이를 엎지르는 바람에
문장이 엉겨 붙었다.
주어는 한곳에 몰렸고,
서술어는 엉뚱한 방향을 가리켰으며,
목적어는 애매하게 사라졌다.
결국 문장은 비문이 되었다.
뜻은 통하는데 문법이 틀렸고,
문장은 끝나지 않았는데 마침표가 찍혔다.
서로를 해석하려 애썼지만,
이미 원래 문맥은 지워지고 없었다.
새로운 문법을 만들기로 했다.
비문도 반복되면 문체가 되고,
틀린 문장은 결국 새로운 문장이 될 테니까.
언젠가,
이 문장이 마침내 끝이 나면,
그 마지막 부호는
아마도 괄호 속에 숨겨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