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또 다른, 김부장이야기
직장 동료 하나는 드라마 김 부장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라 자기 이야기 같아 차마 못 보겠다고 했다.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본인도 김 부장처럼 조용히 물러나 결국은 짤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농담 같은 진담을 이야기했다.
나는 외국계 회사에서 26년을 다니며 한국 사업 철수를 직접 경험했다. 아무리 내가 성과를 내고 일을 잘해도,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2017년 8월 16일 오후 1시, 국경일을 보내고 출근해 오전 업무를 마친 뒤 점심을 끝내자마자 해외 본사의 매니지먼트가 사전 공지도 없이 회사를 방문했다. 전 직원을 급히 모아놓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제조라인을 한국에서 2017년 12월 31일부로 철수한다는 것이다.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즈니스가 좋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언젠가는 회사가 이런 결정을 할 걸 알면서도 나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언젠가가 오지 않길 바라는 맘이었을까? 회피하고 안일함으로 회사와 집만 오가는 단순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남들 다 있는 자격증 하나 없었고, 어학 증명서도 없었고, 잘하는 취미도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경각심을 가졌다. 회사에서 파도는 밤에 도둑이 들듯이 아무도 모르게 느닷없이 몰아친다는 사실을...회사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그 후 이직을 해서도, 직업상담사 자격증, 공인노무사 도전, 대학원 공부, 코치 자격증… 매해 새로운 도전을 통해 결과물을 하나씩 쌓아갔다. 그렇다고 그런 결과물로 엄청 든든하다거나 믿는 구석이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직장만 바라보지 않는 마음, 어떤 이유로든 파도가 쳐도 공부하는 연습, 새로운 도전을 하는 연습, 결과를 만들어내는 연습이 되어 있었기에 파도가 눈앞까지 와도 두려운 마음을 " 피할 수 없으니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겁 없이 파도타기를 한다는것이다.
Beyond the waves
드라마 김 부장을 보며 그 김 부장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나는 또 다른 김 부장 이야기로 풀어냈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사업을 철수하는 경험을 통해 직장에 있을 때, 일과 삶에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의 나에게 해준 이야기이다. 직장에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하자. 취미도, 돈공부도, 자격증도, 사람에 대한 공부도... 미리 준비가 된 사람과 아닌 사람은 직장을 다니면 한 번씩 쎄게 오는 파도에 분명 느끼는 바도, 그 결과도 다르리라 믿는다.
직장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내가 나를 지킨다. 파도가 삼킬 듯 와도 그 파도를 잘 타고 넘어가기 위해서 직장에 있을 때, 몸과 정신의 근육을 단단히 키우자. 그 길 위에서 나는 또 다른 김 부장이 되어, 오늘도 배우고 도전하며 살아간다.
또 다른 김 부장 이야기 연재북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찾아와 공감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곧 다른 연재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출처: Pixabay
#에필로그#직장인 공부# 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