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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매일 봐도 늘 그리운 사람들

by 고현
그리운 사람들


매일 봐도 늘 그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득히 멀어지면 어색하고, 매 순간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길 바라는 소중한 사람들 말입니다.
찬바람이 불면 감기가 그들의 콧속은 스쳐 지나가길,
따뜻한 봄이면 행복한 꽃내음이 입가에 머물러 미소 짓게 하길 바라며 말이지요.
그렇게 소중한 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편하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부모님과 자매들, 그리고 신랑과 아들들.
우리는 함께 성장하면서도, 때로는 서로를 아프게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미친 거 아냐?”라는 힐난 가득한 말을 던지곤 합니다.
‘미치다’는 동사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는 뜻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상식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 것이라 합니다.

부모님의 네 딸들은 결혼을 하고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나는 내 상식이 지극히 정상의 범주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완고하고 덜 익은 생각들로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을까요?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집니다.
잘못되었다는 비난은 아픔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몸에 밴 공손함으로 나에게 비난을 날려줍니다.
그럴 때마다 사자후를 토해내던 내가,
지금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이야기를 글로 꺼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허구보다 진실이라서 더 어렵습니다.
쑥스럽고, 울퉁불퉁하고, 가시가 기억의 바람에 날려와 나를 찌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픕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지만,
냉담한 외관 밑에 숨겨진 뜨거운 감정들을 굳이 들춰내어 문장으로 남기는 것이 과연 좋은 생각일까요?


용기가 사라질 때는 마그마처럼 감정들이 땅속에만 묻혀 있는 게 더 좋을 듯도 합니다.
신성한 망각의 장막을 걷어내면 지저분한 감정들이 터져 나와 엉망이 되지는 않을까요?
그러나 나는 바라고 있습니다.
나와 가족들이 더 평온하고 행복한 빛 속에서, 세상의 아픔을 위로하며 함께 지혜로운 삶을 다져가길.
그래서 쓰기로 합니다.


세상은 가족처럼 하나지만,
그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세상을 계획하고, 살고, 만들어 갑니다.
마치 어린 왕자의 작은 행성들처럼요.
나는 그들의 아름다운 행성을 함께 이야기하며,
따뜻한 글로 지난날을 추억하고 미래를 사랑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의견이 맞은 적이 있었던가? 부모님과?


“기본적인 할 도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니니? 동생들?"


“우리는 서로 너무 달라. 신랑!, 어떻게 결혼했을까?”


“사춘기는 엄마와의 이별 준비하는 시간이지? 아들?”


내 마음을 따뜻함과 풍요로운 감정으로 반복하게 해 주는 사람들.
그들을 온전히 내 방식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온유한 사랑의 방법을 글을 통해 찾아봅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괴로움의 강렬함,

그리고 그들의 고귀한 자질과 황홀한 존재감을 오랫동안 미소 지으며 남겨두고,


독자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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