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는 그것!
“내 곰은 막 이래! 옆으로 길~어, 휭 휘~”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리보 곰’ 광고.
그런데 중년 남성을 ‘하리보 곰’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꿀단지를 껴안은 곰돌이 푸는?
아니면, 절에 가면 한 번쯤 만날 법한 배 나온 스님상, 포대화상은?
그러고 보니 내 남편은 포대화상과 닮았다.
"엄마! 난 눈 큰 남자는 별로더라.
쌍꺼풀이 진한 건 더 참을 수 없어.
안 그래요?"
어릴 적, 내가 꿈꿨던 이상형이었다.
하지만 결혼 3년 차.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보기 드문 큰 눈과 진한 쌍꺼풀을 가진 남자가 내 옆에 있었다.
그리고 15년 후.
침대에 누워 리모컨을 1초에 한 번씩 누르는 중년 남자.
그 옆을 지나가며 아들이 말했다.
"우리 아빠는 왜 이렇게 귀여워?"
고등학생 아들이 아빠에게 "귀엽다"라고 말하다니.
나도 모르게 동의하고 말았다.
그의 눈은 둥글고 커다랗고, 작은 둥근 얼굴, 둥근 배, 둥근 민머리.
둥글게 둥글게, 랄라랄라.
내 동생들은 우웩~! 하고 소리를 지르지만, 나는 안다.
그의 ‘귀여움’은 단순한 외모 때문만이 아니란 걸.
그는 남매 중 막내로 자라며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누나는 반장과 회장을 도맡았던 집안의 자랑이었지만,
그는 어머니의 힘든 시집살이를 함께 견뎌준 ‘든든한 아들’이었다.
그는 언제나 밝고 낙천적이다.
결혼 후, 그의 긍정적인 성향은 내 옆에 자리 잡았다.
처음엔 너무 거슬렸다.
나는 도전적이고 즉흥적이며,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그에 반해 남편은 언제나 "괜찮아, 잘될 거야."를 입에 달고 살았다.
큰아이를 낳고 우리는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 세 분과 함께 10년을 살았다.
‘힘들었겠다’고 말하며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정말 힘들지 않았냐고...
솔직히,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새로운 생활 방식과 사고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예의와 진중함을 강조했던 친정과는 달리, 시가는 농담이 오가면서도 신뢰가 깊었다.
그 낯선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던 내게, 남편은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때는 듣기 싫었다.
하지만 이제야 안다.
느슨함의 힘을.
사람은 받은 대로, 배운 대로 행하기 쉽다.
사랑받으며 자란 그에게
사랑은 배워야 할 방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었다.
"그저 받은 대로 준다."
그는 그렇게 사랑을 주었고, 나는 그 사랑을 받았다.
그는 맑고 높은 톤의 목소리를 가졌다.
역사, 지리, 정치 이야기를 하면 20분은 기본.
가끔은 지루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편안해진다.
내가 우울함에 빠질 때마다, 그는 가장 가볍고도 따뜻한 말로 나를 위로해 준다.
그래서일까.
나는 어느새 남편이 바라보는 세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