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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볼라구. 글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맞춤법은 "써 보려고"

by 고현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뭐든 시작하면 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더 좋겠지'라고 생각해서
배움을 좋아하는 성실한 승란 언니와,
성인이 된 두 딸에게 익숙해져야 할 우연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필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의 구조를 살피고,
대충 알던 맞춤법을 고쳐나가며 재미있었습니다.
내 새로운 시작에 흥미를 가져주며 이것저것 살펴주는 신랑의 응원 속에서 즐거운 출발이 되었습니다..


막연했던 글쓰기가 새 시작이 되겠다. 싶을 때

지금 우주공간에 생각이 흩어집니다.

'라이킷' 알림이 울리고
그때부터 나는 마치 낯선 우주 공간에 떨어진 듯, 내 위치를 찾느라 허우적거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남이 읽는 글이라니.. 잘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생각들이 어딘가 깊고 어두운 곳에 흩어져 버린 느낌말입니다.
"새삼스럽게 별별 생각을 다 하네" 하며 이내 바쁜 일상으로 털어버리려 했지만,
찐득찐득 끈적한 고민은 안방, 부엌, 화장실, 의자 위, 책상, 침대 등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작가? 작가는 책을 쓰는 사람이고, 나는 그 책을 읽는 사람이지.
책 쓰는 작가들은 대단하니까 잘 쓰겠지.
직업이니까 깊은 사고가 가능하고, 그걸 글로 풀어내는 거지.'



"내가 해볼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었나?"
이런 고민은 브런치 글들을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깊은 바다 같은 사고로 엮어 감동의 물결을 파도처럼 일렁이게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족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가도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고,
나이 듦의 무력감에 빠졌다가도 지혜로워짐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의 글을 읽으며 응원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습니다.
'내가 독자가 읽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정답 없는 되돌이표 질문으로 붙어 다닙니다.


동틀 무렵,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듯 새로운 아침 햇살과 소리들이 한꺼번에 귓가에 몰려들었습니다.
"속으로만 내지르던 고함, 가슴을 두드리며 삼켜버린 외침들을 이제 여기서 마음껏 내지를 수 있겠구나!"
“뒤엉켜 논리적이지 못한 감정의 실타래를 다듬고 진정시켜 글로 기호화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다고, 나만의 공간도 한편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펜을 들고 종이를 마주할 때면 내 사고의 질척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묻어둔 기억들을 꺼낼수록 심장의 색은 검은색으로 변하지 않을까?”
“시간으로 치유된 상처를 다시 확인해 ‘아프다’ 고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생각 고치기를 시도합니다.
"내 나약함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검은 눈의 나를 지나고 나면,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키 큰 꽃밭의 향기를 느끼며 노래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큰 틀에서의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글쓰기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열정에 휩싸이지 않기'를 실천할 것입니다.
젊은 시절, 열정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강한 통제력을 발휘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때는 사실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환상임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열정을 가슴 한편에 두고 다독이며, 때로는 즐길 필요가 있을 겁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감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던 예전의 나를 이제는 가끔씩 무시해야 합니다.
감성적이든 비이성적이든, 변치 않는 나의 본질과 나를 둘러싼 빛의 색깔을 알아보고, 그 빛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밝혀줄 수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쓰기가 행복한 기억을 두 배로 만들어주고, 힘든 기억을 치유해 주길 바랍니다.


"중용은 단순히 물체와 물체 사이의 정중앙이 아니야!
접시를 돌릴 때 균형을 잡는 무게중심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것이지."
남편이 해준 이 말은 곱씹을수록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 역시 이처럼 변화하는 무게중심을 따라 유연하게 살아가는 기술을 글쓰기를 통해 익혀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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