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졸업식
큰 아들의 대학 졸업식입니다.
어제 들이킨 알코올이 예전 같지 않게 몸속에서 아직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남편도 겨우 걸음을 옮기며 출근했습니다.
커피를 들이켜니 정신은 좀 들지만, 온몸이 천근만근에 다리를 들어 올리기 어렵기만 할 때 시끌벅적 소리가 들려옵니다..
졸업식에서 쏟아지는 학사모 물결을 바라보니, 가슴 한편이 따스한 흐뭇함으로 채워지며
마치 젊음의 찬란한 에너지가 내게도 옮겨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래도 숙취로 힘든 나이 든 나를 이내 발견했지요.
내 졸업식은 아무리 떠올려 봐도 떠오르는 건 펄럭이며 불편했던 졸업가운이었습니다.
알코올 몸살에 옷을 더욱 여미게 되고, 찬바람이 밉게 느껴집니다.
젊은이의 물결 속에 내 큰 아들 얼굴이 눈과 마음에 닿았습니다.
졸업 축하해
아들~
건배!
졸업식 안 갈 거야~
대학 졸업식을 안 가다니...
다시 번복하며,
“후배들도 야단이고 동기랑 후배들이 준비해 준 파티도 있고 해서 가야겠어.”
신림동에서 시험공부하는 아들이 졸업을 위해 집에 왔습니다.
건배건배
우리 식구는 일요일저녁 졸업파티 전야제를 시작했습니다.
갈빗살로 배를 채우고 맥주와 소주를 몸에 부어 주었습니다.
알코올은 좋은 일을 합니다.
기분 좋게 올라온 취기는 한두 잔 더 부어라 마셔라 하랍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부모 된 우리는, 이 모든 걸 이루느라 지갑은 홀쭉,
마음은 빵빵!
걱정과 기쁨을 버무려 만든 만족감에 흠뻑 취했답니다.
"내 졸업식을 왜 엄마 아빠가 자축해"
누구든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을 설명합니다.
아들은 자신이 교. 교. 교. 교를 거치며 해온 공부에 뿌듯함이 있겠지만
우리는 쪼그만 넘을 어른으로 키운 막대한 보람의 지분이 있는 걸 큰 아들이 알까요?
이젠 남은 막둥이 더 키우면 뭐 하며 살까?
2년 후 대학생이 될 막내.
2년 후 더 성숙할 우리를 상상합니다.
아기를 젊은이로 키우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젊은 매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감탄하고 그들의 감정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직접 옆에서 관찰하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감동적입니다.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했고
한글 읽는 것에 천재라고 감탄하고,
한국을 빛낸 인물들 노래로 나라사랑을 외치는 것에 손뼉 치고,
괴물과 적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컴퓨터로 전투를 치르던 아들,
인수분해, 함수를 풀더니
군복을 입고 삽을 든 검은 얼굴의 사진을 군대에서 보내왔습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이야기해 주고
미래의 경제활동에 대한 계획으로 우리에게 한 번 더 도움을 청한 아들!
아들의 젊음은
내 젊음보다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아들의 매력적인 젊음이 그저 공부에 몰입됨이 아쉽습니다.
자신의 공부일기 블로그가 있다며 졸업식 중간에 커피숍에서 보여주었습니다.
힘듦보다는 명랑하게 쓰인 글에 안심이 됩니다
나는 엄마로서 그의 마침을 축하하며 시작을 응원합니다. 진심을 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