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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교 꼴지가 대학에 진학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으로 끝까지 해냈던 날부터

by Cotter

1. 전교 꼴지가 대학에 진학하면 어떻게 될까


어릴 적 나는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요즘 말로 하면, ‘보법이 좀 달랐던’ 아이였달까.


남들이 가는 길보단, 굳이 다른 길을 가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 선택들은 때로는 의외의 몰입을, 때로는 어리석은 오기를 만들어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무작정 뮤지컬 동아리에 가입했다.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공부하기 싫었고, '예술을 한다'는 말이 멋있게 들렸을 뿐이었다.

공연은 1년 내내 준비해야 했고, 나는 점점 수업과 멀어졌다.

카르페디엠. | 내가 유년기에 했던 기이한 행동들은, 역설적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그 시절 나는 참 촐싹거렸고, 선생님들과도 자주 부딪혔다.

이상한 반항심에 사로잡혀 일부러 성적을 낮게 받아보겠다는 결심까지 했고,

그 결과 내신 영어 성적은 전교 꼴등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땐 그게 나만의 방식이었다.


고3이 되던 무렵, 처음으로 '삶'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한때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취업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명확한 꿈과 계획도 없이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하는 건 무모한 일이라 느껴졌고,

결국 대학에 진학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 내 머릿속엔 두 문장이 떠올랐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전액 장학금을 받을 것.”

“고등학교 때까지 노력하지 않았으니, 이제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할 것.”


대학에 입학한 후, 첫 번째 목표는 장학금을 받는 것이었다.

금액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내가 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조금 극단적이지만,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면 자퇴하고 기술을 배울 생각까지 했었다.


다행히 대학 수업은 내게 잘 맞았다.

고등학교와 달리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고,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실용적이고 흥미로웠다.


경영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단순히 장사나 사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에는

남들보다 감각이 있었고, 실제로 제법 많은 수익도 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그런 ‘리셀러’ 같은 경험들이 나를 경영학과로 이끌었다.


수업에 집중하고, 교재를 반복해서 들여다보고, 팀 활동을 주도하고,

과제를 정성껏 하다 보니 어느새 중간고사 성적표에 모든 과목이 1등으로 찍혀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1등을 해본 순간이었다. 그 성취감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 성취는 나를 더 큰 도전으로 이끌었다.

이론이 재미있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떨까?

내가 배우는 이 경영학이 진짜 기업 안에서는 어떻게 작동할까?

그 궁금증은 곧 결심이 되었다. '방학 동안 인턴십을 해보자.'


그때 나는 대학교 1학년 1학기 수료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시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을 처음으로 꺼내본 시기였다.



‘나는 무엇을 잘하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참여하고 싶은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 처음으로 해본 인턴십 준비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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