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1 댓글 4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어여쁜 아그야들!

by 김석철 Mar 07. 2025



 화들짝!
 뭔 작당들을 하고 있었길래 자빠질 듯 놀라는 건지.
 입술은 새빨갛게 립스틱으로 물들이고, 이마엔 파마용 롤을 간당간당 매달고 있는 열 대, 여섯 정도의 꽃 같은 숙녀들이 옹기종기 담벼락 양지 녘에 모여 있었다. 담배를 피우다 들켰는지 흠칫 놀라며 엉거주춤 쭈뼛거렸다. 

  올려붙인 까만 치마가 봄바람에 팔랑이것쯤이야 애써 못 본 척을 해줬다. 뽀얀 허벅지를 봄바람이 살랑 희롱을 하는 것도 말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아침, 담장 위에서는 늘어진 점박이 고양이가 긴 하품을 쏟아내며 끄응 앓듯 기지개를 켰다.

 햇살, 소녀들, 그리고 고양이...봄이 왔다.


 개학을 했는지 동면에 들었던 거리가 갑작스러운 생기로 들썩였다.
30이란 숫자가 아로새겨진 자라 등짝 같은 가방을 짊어진 새싹들의 분주한 걸음.

숫자 30 하나로 안전과 초등학생이란 신분을 대동단결시킨 대단한 아이디어맨은 도대체 누굴까? 노벨상을 줘야 한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라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중,고딩 풋풋한 청소년들이 이산가족 만난 것 마냥 요란을 떨며 삼삼오오 몰려든다. 한동안 을씨년스럽던 학교는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들끓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어린 주인들이 연어 떼처럼 파닥거리며 돌아온 것이다.

 쟤네들이 넘어야 할 거친 물살쯤이야, 망설임 없이 귀소를 선택했고 견뎌냈던 먼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지던 역사가 아닌가.

 다쟤네들이 넘어야 할 거친 물살쯤이야, 망설임 없이 귀소를 선택했고 견뎌냈던 먼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지던 역사가 아닌가.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비워준 아버지, 엄마의 길로 꿈을 가득 채운 청춘의 연어 떼가 힘차게 지느러미를  흔들며 모여들었다.

 겨울을 밀어낸 젊음들이다.

 
 세상 어떤 꽃이 이 보다 더 이쁠까?

 통통해서 이쁘고, 짜리 몽땅해서 이쁘다.  깔롱세상을 피워서 이쁘고, 조신해서 이쁘다.  조잘대서 이쁘고, 시끄러워 이쁘다.
 그냥 다 이쁘다.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아름다움, 청춘이라 그런 거다.


세상 어디에 아름답지 않은 청춘이 있을까!




어여쁜 아그야들.어여쁜 아그야들.







작가의 이전글 낮에도 달은 뜬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